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시선 401
김용택 지음 / 창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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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26.

노래책시렁 399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창비

 2016.9.9.



  둘레에 아는 숱한 분들이 잿집에서 삽니다. 잿집 아닌 시골집에서 살아가는 이웃은 줄어듭니다. 시골에서 그대로 살아가는 이웃부터 적어요. 시골에서 살지 않을 적에는 “마당 없는 겹겹집”에 깃들게 마련이고, 쇳덩이를 부릉부릉 끄는 살림이곤 합니다. 쇳덩이를 안 모는 이웃은 서너 사람뿐이고, 다들 안 걷고 여느발(대중교통)하고 먼 나날입니다. 서울에서 살더라도 아침저녁으로 납짝쿵으로 짓뭉개지는 길을 모른다면, 길막힘은 겪되 휩쓸리고 밟히고 밀리는 수렁에서 스스로 건사하는 삶을 모른다면, 이때에 어떤 글을 쓸는지 곱씹어 봅니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를 읽고서 하나부터 열까지 말장난 같다고 느꼈습니다. 햇살은 높다란 잿집에도 눈부시게 들어옵니다. 햇살은 서울하고 시골을 안 가려요. 언제 어디에서나 햇살입니다. 그러나 해는 계집도 사내도 아닙니다. 봄가을이나 여름겨울은 사내도 계집도 아닙니다. 그저 철이고 빛이며 숨입니다. 발은 땅에 딛고 손은 바람을 쓰다듬을 적에 노래한다고 느껴요. 눈은 별빛을 담고 마음은 오늘을 맞이할 적에 노래가 샘솟는다고 느껴요. 뚝딱거리듯 맞추는 틀이 아닌, 바람이 되고 바다가 되어 밭자락에서 피어나는 푸른빛을 옮기는 글일 적에 싱그럽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아파트 창틀을 넘어온 햇살이 좋았다. / 햇살이 찾아오면 먼지들이 피어났다. / 나 없이도 지들끼리 / 잘 놀다 가는 작은 뒷방, / 베고니아를 키웠다. 새벽에 일어나 / 시를 쓰고, 쓴 시를 고쳐놓고 나갔다 와서 / 다시 고치고 (베고니아/17쪽)


계집의 마음 같다. / 계집의 마음 같다 해놓고 / 웃었다. (봄 산은/24쪽)


+


《울고 들어온 너에게》(김용택, 창비, 2016)


나의 시는 어느 날의 일이고

→ 내 노래는 어느 날 일이고

10


그런 빛깔의 꽃이 풀 그늘 속에 가려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 그런 빛깔인 꽃이 풀그늘에 가린 줄 떠올린다

→ 그런 빛깔 꽃이 풀그늘에 가린 줄 생각한다

11


한 아이가 동전을 들고 가다가

→ 아이가 돈을 들고 가다가

→ 아이가 쇠돈 들고 가다가

12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 들숲이 말하면 땅에 받아적는다

→ 숲이 말하면 땅에 적는다

15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 흙지기 아들로 태어났다

→ 시골집 아들로 태어났다

18


꼬막 껍데기 반의반도 차지 않았다

→ 꼬막 껍데기 조금도 차지 않았다

→ 꼬막 껍데기 거의 차지 않았다

→ 꼬막 껍데기 얼마 차지 않았다

18


귀환은 평화롭고 안착은 아름답다

→ 돌아와 아늑하고 앉으며 아름답다

→ 돌아가 고요하고 깃들며 아름답다

28


한일자로 누운 노을도

→ 반듯이 누운 노을도

→ 곧게 누운 노을도

→ 반반히 누운 노을도

→ 한 줄로 누운 노을도

29


내 귓속이 환해졌어

→ 내 귓속이 환해

→ 내 귓속이 트였어

68


아버지에 대한 시를 쓰면서 편안함을 얻었다

→ 아버지 노래를 쓰면서 포근했다

→ 아버지를 노래하면서 오붓했다

9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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