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

오늘말. 잎새글


고개를 돌리면 안 본다는 뜻입니다. 눈을 돌리면 멀리한다는 소리입니다. 등을 돌리면 이제 남남이라는 셈입니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으니 밀치더니, 어느새 손가락질입니다. 못마땅하니 쳐내고플 만합니다. 마음에 안 들어 따돌리거나 조리돌림을 하면서 무턱대고 나무라기도 합니다. 안 받아들이겠어도 굳이 등져야 하지 않아요. 움을 틔우려 하지 않으니 가두고, 꽃을 피우려 하지 않기에 닫습니다. 높다란 담벼락이라면 넘볼 수 없어요. 끼리끼리 울타리로 두른다면 넘지 못하겠지요. 고지식하게 구는 곳에 머물러야 하지 않아요. 삿대질을 참아 가면서 일할 까닭은 없을 테니까요. 꼰대한테서 얼굴을 돌립니다. 개밥도토리로 내치는 곳은 꿋꿋하게 꺼립니다. 가랑잎에 글을 적어서 바람에 띄웁니다. 잎새글을 푸르게 맞아들이는 이웃을 헤아리면서 다시 발걸음을 뗍니다. 아무리 가로막더라도 햇볕은 스미고, 단단히 잠그더라도 바람은 깃들어요. 별빛은 사람을 뻥뻥 차지 않습니다. 꽃내음은 동무를 제치지 않습니다. 손바닥을 펴서 내밀어요. 사이좋게 나아갈 하루를 그리면서 쪽글 한 자락을 써서 나눕니다. 마음에 담는 말이 곱게 깨어납니다.


ㅅㄴㄹ


고개돌리다·눈돌리다·얼굴돌리다·등돌리다·등지다·멀리하다·꺼리다·밀다·미다·밀치다·물리치다·삿대질·손가락질·치다·쳐내다·내치다·제치다·차다·채다·따돌림·돌리다·조리돌림·안 받다·안 받아들이다·받지 않다·받아들이지 않다·찬밥·개밥도토리·고지식·곧이곧다·곧이곧대로·꼰대·무턱대고·오로지·오직·그저·가두다·갇히다·가로막다·막다·막히다·닫다·담·담벼락·울타리·넘볼 수 없는·넘보지 못할·넘을 수 없는·넘지 못할 ← 배타적(排他的)


잎글·잎새글·잎쪽·잎새쪽·쪽글·쪽글월·손바닥글·도막글·토막글 ← 엽편소설, 콩트(cont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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