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신부 6
야마자키 코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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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0.

네가 한 말을 떠올리렴


《마법사의 신부 6》

 야마자키 코레

 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7.6.25.



  《마법사의 신부 6》(야마자키 코레/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7)을 읽으며 말이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이 그림꽃은 처음부터 내내 ‘말·마음’하고 ‘눈·생각’을 나란히 놓고서 줄거리를 엮습니다. 말을 담는 마음이면서, 마음을 짓는 말입니다. 눈빛으로 생각을 낳고, 생각을 펴면서 눈빛이 살아나요.


  말을 제대로 듣고 싶다면, 가만히 귀를 닫아 볼 만합니다. 귀를 닫고서 마음으로 느껴 본달까요.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문득 눈을 감아 볼 만합니다. 눈을 감고서 마음으로 헤아려 봐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도 늘 우리한테 속삭이는데, 푸른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사람이 있고, 푸른별이 소리소리 질러도 영 안 듣는 사람이 있어요. 큰고장 길거리에서 목아지가 잘리는 나무는 아파서 우는데, 우는 나무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나무가 울건 말건 아랑곳않는 사람이 있어요.


  개미가 부르는 노래를 듣기에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나비가 베푸는 노래를 못 듣기에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봐요. 개미하고 동무하지 않는 마음이라면, 이웃사람하고도 어깨동무를 안 할 수 있어요. 나비하고 벗하지 않는 몸짓이라면, 아픈 이웃한테 등돌리기 쉬워요.


  숲돌이(마법사) 곁에서 각시로 살아가는 아이는 하루하루 새롭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배웁니다. 이제까지 살던 굴레를 조금씩 내려놓습니다. 한꺼번에 내려놓으려 하다가 그만 몸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둘레에서 느긋이 지켜보면서 달래요. 서두르지 말라고, 얼른 털어내려 하지 말라고,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거듭나면 될 노릇이라고 속삭여요.


  ‘나’라는 숨결을 버리려 하던 아이를 각시로 맞이한 숲돌이도 매한가지입니다. 각시로 삼은 아이가 하루빨리 “각시 노릇”을 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아요. “각시 노릇”이란 따로 없거든요. 이렇게 해야 하지 않습니다. 저렇게 가야 하지 않고요. 그저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포근히 마주하면서 즐겁게 웃으면 넉넉합니다. 살림을 잘 해야 하지 않고, 일을 훌륭히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함께 짓는 보금자리에 사랑이 피어나는 마음을 씨앗 한 톨로 심으면 즐거워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일을 잔뜩 해야 하지 않아요. 돈을 흐드러지게 벌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을 적에 활짝 웃어요. 어버이로서도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줄 적에 함박웃음을 지을 만할 테고요.


#ヤマザキコレ #魔法使いの嫁


ㅅㄴㄹ


“선물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주고받으며, 선물을 통해 자기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크리스마스입니다.” (26쪽)


“밀이나 문자는 영혼이 깃드는 소리의 형태. 누군가에게 가 닿으면 돌이킬 수 없는 법. 농으로 내뱉은 말조차 그 가벼운 마음으로 인해 저주가 되기도 하지. 내뱉은 말이 어떤 존재의 마음에 들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게야. ‘죽어버려’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로구나.” (119쪽)


“동쪽 끝에 있던 너와 서쪽 끝에 있던 그 녀석이 만났을 정도인데, 이렇게 작은 언덕에서 못 만날 리가 없잖아. 너도 누나라면, 너 자신과 동생을 믿어. 한쪽이 울 정도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인연이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지 않아.” (128쪽)


“상대와 자신이 다른 건 당연해. 하고 싶은 게 다른 것도 당연하고. 말이란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있는 거야.” (164쪽)


+


선물을 통해 자기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크리스마스입니다

→ 뭘 주면서 내가 아닌 누구를 생각하는 오늘날 거룩날입니다

→ 꽃마음으로 내가 아닌 누구를 생각하는 오늘날 섣달꽃입니다

26쪽


밀이나 문자는 영혼이 깃드는 소리의 형태

→ 말이나 글은 숨결이 깃드는 소릿결

→ 말이나 글씨는 넋이 깃드는 소릿꼴

119쪽


농으로 내뱉은 말조차 그 가벼운 마음으로 인해 저주가 되기도 하지

→ 가볍게 내뱉은 말조차 이 가벼운 마음 탓에 미움이 되기도 하지

→ 그냥 내뱉은 말조차 이 가벼운 마음 때문에 깎아버리기도 하지

119쪽


내뱉은 말이 어떤 존재의 마음에 들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게야

→ 내뱉은 말이 누구 마음에 들는지는 알 수 없어

119쪽


한쪽이 울 정도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인연이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지 않아

→ 한쪽이 울 만큼 그쪽을 생각한다면, 끈이란 그렇게 쉬 끊어지지 않아

128쪽


상대와 자신이 다른 건 당연해

→ 너와 나는 마땅히 달라

→ 저쪽과 나는 아주 달라

164쪽


말이란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있는 거야

→ 말이란 서로를 알려고가 아니라 이야기를 하려고 있어

→ 말이란 서로를 받아들이기 아니라 이야기를 열려고 있어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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