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7.

오늘말. 눈망울


얼마짜리인지 알면 눈을 동그랗게 뜰까요? 값을 알아보아야 비로소 눈길을 틀까요? 겉으로 드러나는 눈대중으로 잴 적에는 속을 가늠하지 못 합니다. 자로는 길이를 따지고, 접시로는 무게를 달고, 주머니에는 돈을 넣을 수 있어요. 키눞이로는 덩치를 어림할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은 이런 몫이나 저런 모가치로 살피지 않습니다. 눈망울을 밝혀서 넋을 마주해요. 길눈이란, 안 헤매면서 갈 줄 아는 매무새이지 않아요. 길꽃이란,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나아갈 줄 아는 매무새예요. 머리를 용하게 쓸 수 있고, 자리를 헤아릴 수 있어요. 듣기는 했으나 손수 종이에 글을 담지 않으면 잊을 테지요. 그만 세요. 셈값을 몰라야 하지는 않지만, 눈꽃이 아닌 셈꽃만 바르다면, 어쩐지 가난해요. 모든 씨앗은 조그맣답니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이 조금 눈을 틔우고, 가볍게 해바람을 맞아들이고서, 어느새 환하게 벌리며 빗방울까지 머금으면 사르르 녹듯 꽃이 지면서 더욱 천천히 열매를 맺습니다. 처음에는 빈적이입니다. 조금씩 적는 동안 하얀종이에 까만글씨가 드리우면서 꾸러미를 이뤄요. 몇 가지뿐이어요, 여러 가지를 돌보지 못 하는 셈이어도, 느긋이 토닥입니다.


ㅅㄴㄹ


값·금·길·길눈·길꽃·셈·세다·셈꽃·셈빛·셈밭·셈값·셈말·눈·눈꽃·눈깔·눈금·눈가늠·눈겨냥·눈길·눈길꽃·눈높이·눈대중·눈망울·들이·부피·쇠·술·숱·마리·머리·사람·-짜리·-질·짓·치·몇·여러·키·키높이·키재기·하나치·몫·모가치·얼마·자·잣대·자락·자리·접시·주머니·조금·따지다·살피다·살펴보다·알아보다·재다·헤아리다 ← 수(數)


글꾸러미·글담기·글담이·글적이·글종이·꾸러미·꾸리·배움적이·익힘적이·일글·일쓰기·일적이·빈적이·적이·적바림이·흰종이·하얀종이·종이꾸러미·종이꿰미·종이모둠·종이묶음·종이담기·종이담이 ← 노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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