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베풀지만 2023.12.28.나무.



베풀면서 자랑하지 않아. 베풀지 않기에 자랑한단다. 베푸는 사람은 기꺼이 다 내주면서 정갈하고 가볍게 날갯짓을 해. 베풀 줄 모르기에 자꾸 티내려 하고,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이름을 내세우더라. 열매를 베푸는 나무가 뽐내는 꼴을 본 적 있니? 꽃을 베푸는 푸나무는 우쭐거리지 않아. 벌나비한테 꽃꿀가루를 베풀지만 어느 하루도 콧대를 세운 적이 없어. 날마다 찾아와서 따뜻하게 베푸는 해도 잘난척하지 않아. 땅을 씻고 촉촉히 적시는 비는 언제나 싱그러이 베풀지만, 하늘을 틔울 뿐, 조용히 가지. 베풀 수 있으려면 오직 사랑이어야 해. 사랑일 적에는 베풀지만, 사랑이 아닐 적에는 “베푸는 시늉”일 뿐인 ‘자랑’이나 ‘꾸미기’란다. 어머니는 아기한테 젖을 베풀어. 아기는 어버이한테 웃음을 베풀어. 아버지는 아이한테 이야기를 베풀어. 아이는 엄마아빠한테 생각을 베풀어. 할머니는 아이한테 노래를 베풀어. 아이는 할머니한테 놀이를 베풀어.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살림짓는 손길을 베풀어. 아이는 할아버지한테 초롱초롱 눈빛을 베푼단다. 너는 무엇을 베푸니? 네 둘레에서는 너한테 무엇을 베푸니? 너는 바다가 무엇을 베푸는지 느끼니? 냇물이 무엇을 베풀고, 새는 무엇을 베풀지? 모래알은 무엇을 베풀고, 지렁이는 무엇을 베풀까? 네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베푸는 숨결은 무엇일까? 하나씩 곰곰이 짚어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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