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받아들이면 2023.12.30.흙.



네가 받아들이면 돼. 네가 안 받아들이면 안 돼. 네가 바라보면 돼. 네가 안 바라보면 안 돼. 네가 돌보면 돼. 네가 안 돌보면 안 돼. 네가 하면 돼. 네가 안 하면 안 돼. 네가 말하면 돼. 네가 말을 안 하면 안 돼. 하나씩 새기렴. 새기려면 느긋하고 넉넉히 품을 들여야겠지. 뚝딱 이룰 수 있고, 하나씩 돌아보고 살피고 그리면서 차근차근 이룰 수 있어. 다 이루게 마련인데, 이루는 때와 마음과 길과 뜻이 달라. 어느 때는 가벼우면서 쉽게 보고 느껴서 받아들이지. 어느 때는 영 무겁고 어려워서 등돌리거나 눈감다가 한참 뒤에 조금 받아들여. 어느 때는 싹 끊거나 닫고서 아예 안 받아들여. 너는 기쁨도 받아들이지만, 슬픔도 받아들여. 웃음도 받아들이고 눈물도 받아들여. 노래도 받아들이고 미움도 받아들이지. 무엇이든 받아들여. 다 다른 곳과 때와 삶을 보고 느껴서 마음을 일으키고 싶거든. 바다도 가람도 흐르기에 오르다가 내려앉아. 일어나기에 가라앉고, 축 처지기에 새로 일어선단다. 하루하루 다르게 보고 느끼는 숱한 모습과 몸짓을 네가 너를 어떻게 사랑하고 무엇을 생각하면서 어디로 나아갈 적에 빛나는지 알려주는 빛살이란다. 곰곰이 보렴. 오늘 받아들여도 되고, 앞으로도 안 받아들일 수 있어. 꼭 눈앞에 흐르는 빗방울을 받아서 마셔야 하지 않아. 새벽마다 이슬이 새로 맺고, 샘물도 늘 솟아나. 2023.12.30.흙.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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