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학년 2023.12.31.해.



여느 배움터라면, 한 해가 지날 적마다 나이를 한 칸씩 먹는다고 여겨서, 자리도 한 칸씩 올리더라. 칸이 높을수록 배움터를 오래 다녔다는 뜻일 텐데, 6학년이나 12학년이나 30학년이나 50학년이면 가장 깊거나 넓을까? 나이를 먹기에 어질지 않아. 나이를 먹을수록 잘 알거나 옳게 다루지 않아. 나이가 아닌 마음을 다스려서 생각을 빛내고 눈빛을 밝혀서 꿈을 그리고 짓는 사랑으로 푸르게 노래하고 놀 줄 알 때라야, 비로소 즐겁게 알고 새롭게 나누고 기꺼이 베풀면서 깊고 넓단다. 1학년이기에 모르지 않아. 3학년이기에 1학년보다 높지 않아. 나이를 세는 사람은 스스로 늙어서 죽음을 바란다는 뜻이야. 나이를 헤아리니까 철을 안 헤아리지. 나이를 따지니까 철을 못 따져. 나이를 살피니까, 철눈을 살피는 눈길이 없어. ‘배움눈’이란 ‘배움칸(학년)’이 아니란다. 꽃이름·풀이름·나무이름을 하나씩 익히기에 배움눈이 깊어. 새이름·벌레이름·바람이름을 하나씩 읽기에 배움눈이 넓어. ‘이름’은 겉모습이 아닌 ‘속씨’란다. 어떻게 가리키는지만 외울 적에는 아직 “이름을 알지 않는다”고 여겨. 그러면 언제 “이름을 안다”고 여길까? 네가 스스로 읽는 속빛을 네가 이야기를 지어서 스스로 이름을 붙일 적에, 비로소 “이름을 안다”고 여겨. 그러니까, ‘이름짓기 = 이름알기’이고, ‘살림짓기 = 살림알기’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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