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기운 2022.3.24.나무.
해보면 돼. 해보니까 돼. 하려고 들면 움찔거리거나 힘들게 마련이고, 해야 한다면 억지로 힘쓰느라 지치기 쉽고 고단하지. “하면 되기”는 한데, “그냥 한다”기보다 “그리는 대로 한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늘 마음이 가벼워서 놀이를 하는 몸짓이어야 이루니, “해보면 돼”라 해야 어울려. 자, 밥을 해볼까. 말을 해볼까. 걸어 볼까. 누워 볼까. 먹어 볼까. 생각해 볼까. 가만히 해보렴. 첫째가 될 까닭이 없고, 누구보다 앞서야 하지 않아. 너는 네 목소리를 얹어서 노래하기에 빛나. 너는 네 손가락을 튕겨 가락틀(악기)에 얹기에 눈부시지. 네가 남을 흉내내면 풀벌레나 새는 널 안 쳐다봐. 네가 너로서 너를 드러내면 풀벌레랑 새가 널 쳐다보지. 누가 너를 왜 볼까? 너를 보는 누구는 누구일까? 어쩌면 너한테서 기운을 얻고 싶어 너를 볼는지 몰라. 그 누구는 그이 기운을 너한테 주고플 수 있어.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네 기운을 ‘어느 누구’한테 주겠니? ‘어느 누구’ 기운을 너한테 받아들이겠니? 네 기운을 어느 누구한테 주더라도 네 기운은 안 사라져. 어느 누구 기운을 네가 받더라도 네 기운이 물들지 않아. 너를 살리는 네 기운은 늘 너한테서 흘러나오거든. 자, 나무 곁에 서 보렴. 나무한테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느끼지? 풀꽃 곁에 앉아 보렴. 풀꽃한테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느끼니? 네가 해를 쬔다면 해한테서 피어나는 기운을 느끼면서, 이 기운을 너 스스로 지어낸단다. 나무하고 풀꽃한테서도 같아. 틀(기계)이나 풀죽임물(농약)이나 비닐한테서도 같지. 네가 반기면 너 스스로 반기는 기운을 짓고, 네가 꺼리면 너 스스로 꺼리는 기운을 지어. 네가 누리고 네가 지으며 너한테서 흐르는 기운은 남지 짓지 않아. 모두 그때그때 너 스스로 짓지. 자, 너는 어디에 있으면서 마음으로 무엇을 보고 느끼니? 네가 파란하늘을 가르는 제비를 그리고 느끼고 보면, 넌 잿더미 한복판에서도 ‘파란하늘 제비’로 있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