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9.

오늘말. 잠꽃


시금치 한 단 값이 비싸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남이 맡아서 일을 한다면, 제값을 모르는 채 헤매게 마련입니다. 함께 움직이고 나란히 잇는 쓰임새입니다. 숨만 쉬는 자리에 있나요? 바리바리 짐을 쌓고서 벅찬 나머지, 그만 둘레에 맡기는 일살림인가요? 버겁게 나아가다가는 굳습니다. 벅차면서 밀어붙이면 쓰러집니다. 힘겨울 적에는 그만 하고서 쉴 노릇입니다. 느긋이 제몫을 찾으면서 천천히 할거리인데, 하루아침에 해대려니, 오히려 풀썩 잠들고 말아요. 큰짐이라면 서로서로 나눠요. 너도 나도 사람꽃인걸요. 나잇살을 따지지 말아요. 철빛을 살펴요. 나는 둥지지기로 일을 합니다. 너는 마을지킴이로 한몫을 해요. 물에 잠기듯 가만히 쉬어야 기운이 새로 나요. 바다에 안기듯 고즈넉이 누워서 꿈나라로 다녀와요. 잠꽃 한 송이를 맞아들이면서 차분히 달랩니다. 머나먼 마실길뿐 아니라, 그윽한 잠길을 노닐면서 가만가만 다독입니다. 짊어지기만 하다가는 비틀거려요. 기꺼이 곁에 줘요. 혼자 해두지 말아요. 이 자리는 나란히 서기에 빛나거든요. 미리 해놓지 않아도 돼요. 누가 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느긋이 노래합니다.


ㅅㄴㄹ


값·값하다·몫·모가치·한몫·제값·제구실·제노릇·제몫·구실·노릇·-로서·대로·일·일살림·삼다·쓰임·쓰임결·쓰임길·쓰임새·자리·자위·지기·지킴이·나잇값·낫값·나잇살·낫살·놀다·노닐다·움직이다·주다·지다·짊다·지키다·하다·해놓다·해대다·해두다·해주다·맡긴 일·맡은 일·맡다·맡기다·제 할 일·할거리·할일·바리바리·짐·큰짐·사람값·사람길·사람꽃·사람빛 ← 역할


숨만 쉬다·누운몸·고요몸·잠든몸·굳잠·눕몸·눕빛·눕꽃·고요꽃·고요길·고요빛·고요하다·잠든꽃·잠든길·잠길·잠꽃·잠빛 ← 식물인간, 뇌사(腦死)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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