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9.

오늘말. 터울


물살을 가르며 나아갑니다. 바람을 갈라놓듯 날아갑니다. 물이 흐르는 골에는 이끼가 자라고 헤엄이가 깃들고 가재가 찾아옵니다. 물길 곁에서 다슬기가 살고, 이곳에는 반딧불이가 나란히 살아가요. 마당 안쪽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면, 줄기가 오르고 가지가 뻗어 잎이 우거질 즈음에는 푸르게 일렁이는 바람꽃을 품을 만합니다. 씨앗을 심는 대로 자랍니다. 풀씨를 놓으니 풀꽃을 안아요. 말씨를 펴니 말꽃을 누려요. 크고작게 퍼지는 씨앗입니다. 틀에 가두니 자라지 못 하는 마음자락이요, 터울이 생기니 빗물도 햇살도 별빛도 드나들면서 환하게 어우러지는 마음밭입니다. 길눈이 어두우면 헤매다가 막다른 곬로 빠질 수 있습니다. 둘레를 보다가 자리를 바꿔요. 옆사람한테 길을 묻습니다. 울타리 너머를 그리면서 새로 발걸음을 떼고, 담을 따라 걷다가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빈터에 이르니, 온통 웃음이 번지면서 개운해요. 높녘으로도 마녘으로도 나아갑니다. 동그랗게 잇는 푸른별에는 끝이 없습니다. 마주보면 이웃입니다. 밧줄로 동이지 않아도 짜임새는 알뜰합니다. 어느 결에 닿을는지 모르지만, 한 뼘만큼 이어가요.


ㅅㄴㄹ


가르다·가름·가름길·가지·갈래·갈라내다·갈라놓다·결·골·곬·곳·길·길눈·끝·마지막·녘·담·굴레·둘레·담다·앞뒤·아우르다·어우르다·흐르다·안·안쪽·안다·품·품속·품다·마당·자리·자위·판·대로·만큼·-새·테두리·터·터울·통·틀·틀거리·그물·바·밧줄·줄·줄기·옆사람·이웃·번지다·쪼개다·크고작다·퍼뜨리다·퍼지다·얼개·얼거리·즈음·쯤·짜임새·짜임·짜임결·우리·울·울타리·우물 ← 범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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