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9.

오늘말. 찧다


아무렇게나 지나가니까 수렁에 갇힌 줄 모릅니다. 함부로 가로막으니 스스로 굴레에 사로잡힙니다. 아이한테 심부름을 시킬 뿐이니 날개를 꺾어요. 다그치는 마음은 이웃을 짓누르기 앞서 스스로 내리누르는 멍에일 뿐입니다. 숨죽이면서 겨울을 견디는가요? 시달리지만 봄을 그리나요? 가시덤불은 누가 쌓을까요? 총칼나라는 누가 세웠나요? 저놈을 짓밟아야 봄이 오지 않아요. 나쁜 녀석을 쥐어박아야 새날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밤이 지나면 아침입니다. 새벽에 이슬이 맺어 풀꽃나무를 살찌우니 아침이에요. 겨울이니 얼음나라예요. 겨울이란 잠자는 철이에요. 마구잡이로 날뛰는 철이 아닌, 눈이불을 포근히 덮고서 꿈을 짓는 나날인 겨울철입니다. 지지고 볶는 저놈이라고 여기지 마요. 우리부터 저 따위라고 닫아걸지 않았을까요? 사랑으로 풀어내어 품으려는 마음이 없이, 찧고 빻고 밟는 미움씨앗을 바로 우리가 늘 심지 않는가요? 차꼬를 걷어요. 재갈을 풀어요. 쇠고랑을 녹여요. 틀어막은 담벼락을 헐어요. 저쪽뿐 아니라 이쪽에도 사랑이 없으니 서로 마구 뭉개고 넘어뜨립니다. 닫힌 마음을 이제부터 열어요. 꽃잎을 깔아 놓은 들길을 함께 걸어가요.


ㅅㄴㄹ


고삐·굴레·멍에·수렁·사슬·쇠사슬·쇠고랑·재갈·차꼬·가두다·갇히다·닫다·닫아걸다·닫히다·시키다·심부름·다그치다·닦달·깔다·깔리다·깔아뭉개다·넘어뜨리다·꺾다·꺾이다·날개꺾다·나래꺾다·나래꺾이다·누르다·내리누르다·뭉개다·억누르다·찍어누르다·마다·빻다·찧다·밟다·짓누르다·짓뭉개다·짓밟다·짓이기다·짓찧다·잡다·졸리다·쥐어박다·쥐여살다·치이다·막다·막히다·가로막다·틀어막다·힘으로·담·담벼락·언땅·언나라·얼음나라·얼음땅·돌담·돌담벼락·돌울·돌울타리·울타리·부대끼다·숨죽이다·시달리다·지지고 볶다·마구·마구잡이·마구하다·막하다·함부로·아무렇게나·가시울·가시울타리·가시담·가시담벼락·가시덤불·쇠가시그물(쇠가시울·쇠가시울타리·쇠가시덤불·쇠가시담·쇠가시담벼락·총칼나라·총칼수렁·총칼굴레·칼나라·칼굴레·칼수렁 ← 억압, 억압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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