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9.

오늘말. 잣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확 줄면서, 우리 삶을 이루는 모든 말이 시골에서 태어난 줄 모르는 이웃이 뜻밖에 참 많습니다. 곰곰이 보면, 서울이며 큰고장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니, 시골빛은 까마득히 모를 테지요. 내내 서울 한복판에서 부릉부릉 매캐한 기운이 휩싸이니, 들숲바다를 오히려 믿을 수 없고, 그저 뜬꿈처럼 여길 만합니다. 말빛을 잊은 마음은 덧없습니다. 말을 몰라서 바보같지 않아요. 말이란, 마음을 담은 대단한 소리인데, 말빛을 잊으니 말씨를 놓치고, 부질없이 쳇바퀴에서 맴돌아요. 말 한 마디는 별 하나 같습니다. 봄날 돋는 꿈처럼 이다음을 노래하는 소릿가락이 말이에요. 서울이란 얼마나 까마득히 숲을 멀리한 헛꿈일까요? 큰고장이란 얼마나 들을 모르는 엉뚱한 굴레일까요? 물레를 자아야 실을 얻지만, 물레를 모르고 무자위를 몰라도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어이없는 오늘날입니다. 어제하고 모레 사이를 넘는 고개는 가없는 살림꽃입니다. 해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온누리를 감싸는지 헤아려요. 바람이 얼마나 엄청나게 모든 곳을 쓰다듬는지 돌아봐요. 빗물이 얼마나 놀랍게 뭇숨결을 사랑하는지 바라봐요. 담벼락 아닌 별빛을 지어요.


ㅅㄴㄹ


꿈·꿈꾸다·꿈나라·꿈같다·뜬꿈·바보같다·허튼꿈·헛꿈·꾸미다·놀랍다·믿기지 않다·믿을 수 없다·너머·건너·다음·이다음·그다음·모레·넘다·넘어가다·넘어서다·거짓같다·거짓말같다·덧없다·부질없다·엄청나다·어마어마하다·대단하다·가없다·그지없다·끝없다·짓다·자아내다·잣다·터무니없다·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별·별빛·봄꿈·뜻밖·생각밖·뜬금없다·엉뚱하다·까마득하다·아득하다·아스라하다 ← 초현실(超現實), 초현실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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