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7.

오늘말. 채우다


우지끈 뚝딱 무언가 뽑아냅니다. 그동안 여럿이 지었는데, 오늘은 혼손으로 지어 봅니다. 곁에서 돕는 손길을 즐겁게 받아서 풀바르기도 했고, 누가 거들지는 않지만 신나게 물들이고 빛깔을 채우면서 노리개를 마련합니다. 혼솜씨를 부려 봐요. 혼짓기는 새삼스럽습니다. 우리는 다 다른 손으로 누구나 빛다르게 놀이살림을 이룰 만합니다. 하늘에 드리우는 구름처럼, 들판을 뒤덮은 풀꽃처럼, 빛깔있는 이야기를 한 올씩 이루고 엮습니다. 이곳은 콕콕 찍어요. 저곳은 살살 묻힙니다. 그곳은 가만가만 입혀요. 너랑 나는 딴판일 수 있어요. 손으로 빚었거든요. 혼자서는 버거울 수 있지만, 뜻밖에 재미나게 하루를 누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얼마든지 지을 수 있어요. 서로서로 지은 곁밥을 접시에 담아 도르리를 해볼까요. 톡톡 튀는 맛과 멋이 넘칩니다. 어제하고는 또다른 하루가 흐릅니다. 유난한 오늘입니다. 그다지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보기 드물게 솜씨를 낸 손살림이에요. 자, 콩범벅 한 입을 먹어 보렵니까? 팥범벅도 있어요. 별쭝나지는 않지만 새롭게 맞이해요. 생각을 잇고 이어서 꿈이 자랍니다. 마음에 들이는 노래가 환하게 덮습니다.


ㅅㄴㄹ


풀질·풀바르다·바르다·발리다·찍다·붙이다·묻히다·입히다·잇다·덮다·뒤덮다·드리우다·들이다·물들다·범벅·채우다 ← 풀칠(-漆)


남다르다·다르다·유난하다·딴판·또다르다·별쭝나다·뜻밖·생각밖·새롭다·도드라지다·빛다르다·빛깔있다·드물다·보기 드물다·톡·톡톡·튀다 ← 특이체질


뚝딱질·살림질·혼짓기·혼지음·혼자짓기·혼손·혼손질·혼솜씨·혼재주·혼잣손·손수·손-·집-·손살림·손수짓기·손일·손지음·손빚음·집살림·집에서 지은 → 자체제작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