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

오늘말. 판박이


어쩐지 갈수록 ‘만들다’란 낱말을 잘못 쓰는 사람이 넘칩니다. 아무 곳에나 틀에 박힌 듯이 ‘너무’를 넣듯, 밥이나 동무나 이웃하고 어울리는 자리에까지 ‘만들다’를 함부로 써요. 머리가 돌처럼 굳은 탓일 수 있어요. 글을 읽거나 배움터를 오래 다녔어도 ‘글자락에 깃든 속빛’을 읽는 눈썰미를 가꾸지 못 한 탓일 수 있지요. 겉으로만 사람틀이라서 사람일까요? 우리는 어느새 심부름꾼이 되지 않았나요? 서로서로 곁일꾼이나 도움이로 어울리는 살림살이가 아닌, 허수아비에 끄나풀처럼 휘둘리는 듯해요. 왜 사람꽃 아닌 꼭두각시 노릇을 하나요? 왜 날마다 새사람으로 거듭나지 않고서 망석중으로 뒹구나요? 위아래로 가르면서 종이 생깁니다. 임금이나 종이 따로 있을 까닭이 없어요. 서로 돕고 아끼는 사이여야 사람이에요. 판박이처럼 하는 말은 그저 짐스럽습니다. 남한테가 아닌 스스로 짐이랍니다. 쪽배로도 너른바다를 건널 수 있어요. 거룻배라서 바다를 못 가르지 않아요. 덩치만 키우다 보면 알맹이가 빌 뿐 아니라 그만 굳어버려요. 마음을 돌보고 생각을 밝히기로 해요. 마음결을 빛낼 글결을 살리고, 마음씨에 담을 글씨를 펼쳐요.


ㅅㄴㄹ


만든사람·사람틀·망석중·망석중이·곁사람·곁일꾼·곁잡이·곁꾼·곁일지기·곁도움이·도움이·도움벗·도움지기·도움꾼·도움님·심부름꾼·심부름이·심부름님·꼭두각시·끄나풀·똥개·앞잡이·종·잔챙이·허수아비·돌·돌멩이·돌붙이·돌바위·돌사람·틀·틀박이·판박이·새사람·사람꽃 ← 로봇, 인조인간


글결·글길·글씨·글월·글줄기·글흐름 ← 획순(劃順)


나무배·쪽배·조각배·거루·거룻배 ← 목선(木船)


손수레·수레·짐수레 ← 구루마(くるま)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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