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무뚝뚝 2022.8.6.흙.



무뚝뚝한 사람은 차갑다고 하지. 차가운 사람은 좀처럼 웃는 일이 없어. 재미있다거나 기쁜 일이 있더라도 웃음을 안 보이는데,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기운이 마음에 가득한 나머지 ‘즐거움’도 ‘기쁨’도 ‘보람’도 ‘노래’도 ‘춤’도 ‘이야기’도 그이한테는 싹트지 않는다는 뜻이란다. 이리하여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이한테는 “사랑이 스스로 피어나거나 자라거나 빛나지 않는다”고 말할 만해. 더 살피면,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사람한테는 ‘눈물·웃음’을 거의 못 보거나 아예 못 봐. 아니, 아예 못 본다고 해야겠지. 이들한테는 ‘기쁨’ 못지않게 ‘슬픔’이 깃들지 못하고, ‘즐거움’ 못지않게 ‘아픔’이 스미지 못해. 둘레에도 스스로도 마음을 꽉 닫아건 모습이야. 삶을 삶으로 여겨서 날마다 새롭게 가꾸거나 짓는 길하고 등졌다고 할 만해. 보렴!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사람은 노래도 안 부르고 춤도 안 춰. 아기를 안을 줄 모르고, 우는 아기를 달랠 줄 몰라. 신나게 놀거나 소꿉을 할 마음조차 없어. 스스로 가두어 버리지. 숨통을 조여 버리지. 아무런 생각이 흐르지 못하도록 누르고 말아서, 싱그러이 피어나는 꽃을 하나도 안 알아보고 만단다. 이렇게 마음이 굳으면, 몸을 움직이더라도 ‘죽은 사람’하고 비슷해. 무뚝뚝함·차가움이란 살림을 떠난 죽음이야.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고, 말하고, 놀라고, 반기고, 슬퍼하고, 아파하다가, 시나브로 밝게 틔우는 빛살인 사랑으로 스스로 감쌀 수 있기를 바라. 너희는 차갑게 식거나 굳어버리는 ‘주검’이 아닌, 따뜻하고 아늑하게 뛰고 달리고 춤추는 ‘삶빛’이기를 바라. 풀꽃나무를 만져 봐. 따뜻하지 않니? 풀벌레도 개구리도 따뜻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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