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미리미리 2022.10.15.흙.
살짝 손을 쓰면 웬만한 일을 다 이루지. 손을 많이 써야 일을 이루지는 않아. 네가 먼저 마음을 짓고서, 네가 가거나 하거나 만나려는 쪽으로 마음을 틔운 다음에, 두 마음을 가볍게 이으면 돼. 두 곳이 하나인 마음으로 맞닿으면,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차근차근 이룬단다. 네가 어쩐지 네 뜻을 이루지 못 한다거나 막힌다거나 걸리적거린다거나 어렵다면, “두 곳에 둘이면서 하나인 마음”을 아직 안 짓고 안 띄우고서 섣불리 나섰다고 할 수 있어. 마음을 미리 짓고, 마음을 미리 띄우렴. 네가 짓고 띄운 마음 사이를 고요히 바라보면서 생각을 그리렴. 하나하나 보고서 느끼고 받아들이면 언제나 다 네 숨결로 스민단다. 몸을 감도는 바람을 먼저 마셔야, 네 몸에 숨기운이 흐르겠지. 별을 바라보려고 먼저 고개를 들어야, 별이 너를 알아채고서 빛줄기를 뿌리겠지. 손을 먼저 내밀어야 네 손에 빗물이 고이겠지. 서둘러 달려나가면 그르치기 좋아. 보고 느껴서 받아들이도록 미리 마음을 움직이면 언제 어디에서나 네 뜻을 그대로 이루지. 그저 하나씩 해. 손을 가볍게 써. 어깨힘을 빼. 옆에서 들려오는 말이 “사랑을 담은 마음”이라면 기꺼이 듣고, “사랑을 안 담은 마음”으로 시끌벅적한 말이라면 스스럼없이 흘려보내렴. 오늘 아침놀을 보았니? 오늘 저녁놀을 보니? 보았으면 떠올리고, 안 보거나 못 보았으면 이튿날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