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4.
《전래놀이》
함박누리 글, 홍영우 그림, 보리, 2009.3.17.
아침에는 가늘게 오는 비요, 낮부터 주룩주룩 오는 비이고, 하루 내내 적시는 비이다. 빗살을 바라본다. 빗발을 느낀다. 빗줄기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다. 모든 자잘한 소리를 치우는 비. 땅을 씻고 하늘을 씻는 비. 이 비를 가르는 새. 조용히 감기는 시골이다. 빗물이 고인 길을 밟으면서 걷는다. 바깥에 감알을 내놓는다. 새밥으로 삼는다. 《전래놀이》는 제법 품을 들인 꾸러미라고 느끼는데, 어쩐지 여러모로 덧없지 싶다. 예부터 모든 소꿉놀이는 어린이 스스로 짓고 나누고 가꾸고 퍼뜨렸는데, 이제는 아이들 손이 아닌 어른들이 가르치는 틀로 굳는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이 대목을 얼마나 느끼는가? 어른이 가르치거나 이끌면 ‘어린이놀이’일 수 없다. 숱한 놀이는 늘 어린이가 느긋이 생각하고 살피고 뛰고 달리고 드러눕고 노래하다가 문득문득 지어 왔다. 왜 놀이를 따로 가르쳐야 할까? 왜 어린이가 실컷 놀 겨를을 모조리 빼앗았는가? 왜 어린이한테 놀이와 놀틈을 돌려줄 마음이 여태 없는가? 어린이한테 놀이를 돌려주려면 배움터를 닫아걸어야 할 수 있다. 어린이가 놀틈을 누리려면 나라(정부)부터 걷어치워야 할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배움터도 나라도 몽땅 쓸어내고서, 어린이 스스로 꿈을 키우는 사랑누리로 갈 수 있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