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랜 사랑 창비시선 134
고재종 지음 / 창비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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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30.

노래책시렁 386


《날랜 사랑》

 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95.5.10.



  서른 해쯤 앞서 《날랜 사랑》을 처음 만났고, 열 해쯤 앞서 느낌글을 썼고, 올해에 부산 보수동 헌책집에서 이 노래책을 새삼스레 만나서 다시 뒤적였습니다. ‘서울 서초 이동도서관’에 있던 노래책은 어쩌다가 부산까지 날아갔을까요? 이음책숲(이동도서관)이란, 책숲이 없는 마을에 책을 수레에 싣고서 찾아가는 얼거리입니다. 요즈음이야 서울 서초가 가멸다고 여기지만, 예전에는 가멸지 않은 마을도 품었습니다. 온나라 어디이든 가난한 이하고 가멸찬 이가 어우러집니다. 그나저나 《날랜 사랑》은 시골에서 짓는 삶을 담습니다. 그러나 시골말로 시골을 그리지는 않아요. “서울말로 문학을 하는 시집”인 얼개입니다. 예나 이제나 시골에서도 노래를 쓰는 분이 적잖습니다만, 막상 시골일을 글로 담지는 않더군요. 다들 서울말로 서울살이를 그립니다. 풀을 ‘풀’이라 하지 않으면 뭘까요? 멧들을 ‘멧들’이라 않고, 들숲을 ‘들숲’이라 하지 않으면 뭔가요? 오랜만에 되읽은 글자락에는 어김없이 술집(주막) 타령이 깃듭니다. “문학하는 남성”은 으레 술집에을 드나든 하루를 쓰더군요. 이와 달리 “글쓰는 순이”는 술집 타령을 아예 안 쓰다시피 합니다. 시골에서 흙 만지는 순이라면, 어떤 사랑을 어디에서 어떻게 노래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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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아직도 낡은 집들에 / 제 등불을 건다 / 사위 꼭꼭 조여드는 칠흑을 뚫고 / 저 산밑 제각집도 대밭 안집도 / 밀감빛 흐린 등불을 건다 (마을의 별/24쪽)


괜히 서럽고 / 괜히 그리워 / 뜨건 소주 한잔 / 날래 꺾는 것이다 (대설/120쪽)


+


《날랜 사랑》(고재종, 창작과비평사, 1995)


서로의 애로와 집안의 우환

→ 서로 걱정과 집안 근심

53


사방 산천 연두초록 물감 걷잡을 수 없이

→ 곳곳 들숲 옅푸른 물감 걷잡을 수 없이

→ 둘레 멧들 옅푸른 물감 걷잡을 수 없이

66


누구도 호명해주지 않았던 궁벽의 한 생애처럼

→ 누구도 불러주지 않던 가난한 한삶처럼

→ 누구도 안 부르던 밑바닥 삶길처럼

78


적막이 산처럼 쌓이는 텅 빈 주위엔

→ 고요가 메처럼 쌓이는 텅 빈 곳엔

→ 말없이 가득 쌓이는 텅 빈 둘레엔

78


새 초록들 저희끼리만 울울할 뿐

→ 새싹은 저희끼리만 우거질 뿐

→ 푸른싹은 저희끼리만 그득할 뿐

→ 새 들빛 저희끼리만 너울댈 뿐

78


허한 마음들이야 쾡한 눈빛이

→ 멍한 마음이야 쾡한 눈빛이

→ 빈 마음이야 쾡한 눈빛이

88


거두어 봐야 냉해 쭉정이뿐이던

→ 거두어 봐야 언매 쭉쩡이뿐이던

→ 거두어 봐야 찬매 쭉쩡이뿐이던

88


나의 사랑은 가령

→ 나한테 사랑은

→ 나로서 사랑은

→ 나는 사랑이라면

104


주막집 난로엔 생목이 타는 것이다

→ 술집 불가엔 날나무가 탄다

→ 술집 불구멍엔 갓나무가 탄다

1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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