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뒤늦었을까 2023.12.18.달.



늦었다고 여기기에 늦어. 이르다고 여기니 이르지. 늦기에 나쁘거나, 이르기에 좋지 않아. 너는 나쁘다고 여기는 일을 자꾸 겪을 테고, 좋다고 여기는 일은 어느새 굴레처럼 갇힌단다. 때를 알아보기 수월하도록 ‘이른봄·한봄·늦봄’처럼 가르지. 이런 때가름은 어느 봄이 더 좋거나 나쁘다는 뜻이 아니야. 이른봄에 깨어나는 풀이 있고, 늦봄에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야. 이른겨울은 이제 접어드는 겨울을 한껏 맞아들이는 때요, 늦겨울은 이제 수그러드는 겨울을 차분히 받아들이라는 때야. 어느 일을 하기에 뒤늦었다고 느낀다면, 앞선 일은 스스럼없이 내려놓고서, 이다음 일을 맨 먼저 하면 된다는 셈이야. 앞선 일을 놓쳐서 아쉬울 수 있지만, 느긋이 가도록 네 삶을 여미는 길이란다. ‘무엇을 할’는지 생각해. 먼저 하거나 나중 해도 돼. “언제 하느냐”도 대수롭지만 “이제부터 한다”가 모두 바꾼단다. “어떻게 하느냐”도 대수롭지만 “오늘부터 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니 오늘부터 바꾸지. “이제부터 한다”고 할 적에는, “이제부터 나를 스스로 나로서 사랑한다”는 뜻이야. “오늘부터 한다”는, “오늘부터 남 눈치를 씻고서 내 마음을 바라보고 사랑한다”는 뜻이지. 빨리 하려고 달려들지 마. 나중에 하려고 미루지 마. 그저 네 마음에 사랑씨앗이 싹터서 자라도록 북돋우고서 즐겁게 깨어나렴. 사랑으로 깨어나서 움직이는 때는, 늦거나 이르다고 가를 수 없단다. 긴밤(동지)은 그저 긴긴 겨울 한복판을 알리는 길목이란다. 네 삶길에 노래랑 춤으로 서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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