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성과 2023.12.16.흙.



누가 알아주어야 한다면, 남이 어떻게 여기는가 보느라, 스스로 되새길 겨를이 없어. 스스로 되새기려는 눈짓과 몸짓이라면, 늘 제 나름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무르익는단다. 감나무는 스스로 감알을 맺어. 딸기풀은 스스로 딸기알을 맺어. 누가 보라면서 꽃을 피우거나 알이 영글지 않아. 겨우내 곰곰이 잠들어 꿈을 그리고는, 봄에 잎을 틔우고 꽃을 내놓으려 하지. 어느 풀꽃은 이른봄부터 움직여. 어느 나무는 한여름부터 움직이지. 다른 풀꽃나무보다 빨라야 할 까닭이 없어. 남보다 곱거나 크거나 많아야 하지 않아. 늘 철빛을 읽고 헤아려서 늘 새롭게 살아가는 풀과 나무야. 사람은 어떻게 눈을 뜰까? 다른 사람이 뭘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알아야 할까? 보여줄 보람이 아닌, 봄빛으로 물들고 여름빛으로 자라서 가을빛으로 가꾸는 보람이야. 잘 보이려고 하니까 겉치레를 쓴단다. 제 숨빛을 보고 돌보고 가꾸니까 알차고 아름다워. 내세우기에 닳아서 허물어져. 앞세우기에 갑갑하고 숨막혀. 너희가 쓰는 말을 살펴보겠니? ‘하늘’이나 ‘별’이나 ‘사람’ 같은 낱말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까? 아마 누가 지은 말인지는 모르겠지. 그러나 ‘하늘’이나 ‘별’이나 ‘사람’ 같은 낱말을 떠올릴 적마다 스스로 마음이 빛나지? 억지로 밀거나 구태여 꾸미려고 하지 마. 네가 무엇을 하거나 이루든 속으로 품으렴. 옷자락에 붙이거나 높이 치켜들지 마. 치렁치렁 늘어뜨려 자랑하는 보람이라면 참으로 자질구레하고 변변찮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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