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미쳐가는 2023.12.14.나무.



닿고 싶으나 닿지 않으니 ‘미쳐’간다고 해. 닿고 싶은 마음이 자라다가 닳고 말아서 펑 터지기에 ‘미친다’고 여길 만해. 어느 곳 하나만 바라보려는 마음이기도 할 테고, 어느 곳 하나부터 매듭을 짓고 싶으니 ‘미치는’ 길이겠지. 꼭 어느 하나를 이루거나 일구어야 한다고 여기면 갑갑할 수 있어. 너는 “열매를 이루려”는 뜻이 아닌, “꿈씨앗을 심고서 살아가는 길을 걸어가려”고 오늘 여기에 있거든. 그러니까 열매에 매달리거나 터질 수 있고, 열매가 없다고 여겨 스스로 터지기도 해. 열매를 얻자는 길이 아닌, 해바람비를 두루 품는 길을 스스럼없이 걷다가 시나브로 열매가 된단다. 열매만 쳐다보기에 미쳐가고, 삶이라는 길에서 살림을 하기에 ‘닿는·미치는·잇는’ 하루를 누려. 열매라는 길이 ‘끝’이라고 여긴다면, 열매가 나올 적에 끝날 테지. 길을 여는 하루를 살면, ‘꽃’을 피우면서 가만히 시들고 씨앗을 남기고서, 새로 거듭나는 몸으로 이어가. 열매를 얻고서 끝이라면 미쳐가겠지? 넋이 나가버려. 열매가 아닌 ‘삶길’을 바라보며 걸어가니, 끝이 처음이요 꽃이 씨앗인 줄 알아차리면서 빛난단다. 오늘날 왜 숱한 사람들이 미쳐가겠니? 왜 태어났는지 모르고,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다가 나이가 들수록 어쩐지 끝이 나는구나 싶으니, 얼마나 캄캄하고 무서울까. 끝을 맺으려고 태어나지 않아. ‘살아가려’고 태어난단다. 살아가려면 살림을 할 노릇이고, 살림을 하려면 사랑을 할 일이야. 사랑을 하려면 왜 스스로 ‘사람’인지 알아야겠지. ‘미칠’ 듯하다면, ‘밑’으로 가렴. 그저 밑바닥으로 나아가서 고즈넉히 누워서 쉬고서 일어나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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