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대학교를 왜 2023.12.12.불.
‘대학교를 바라보는 초·중·고’를 왜 보내야 하는지 생각한 적 있니? ‘하고픈 일’이나 ‘걸어갈 삶’이나 ‘이루려는 꿈’이나 ‘나누려는 사랑’이 아닌 ‘대학교 마침종이(졸업장)’를 어디에 쓸 셈이니?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에서도 돈이 들 테니까, 배움삯이나 가르침삯을 나라가 대거나 스스로 치를 수 있어야겠지. 그런데 깊고 넓게 살피면서 배우는 길이 아니라, ‘자격·증명’이라는 허울로 대학교에 붙고 다녀서 마쳐야 한다면, 그런 나라는 미쳤어. 그런 나라를 버티는 사람도 나란히 미쳤지. 보렴. 사랑은 대학교나 초·중·고에서 못 배우고 못 가르치더라. 어른다운 어른과, 어버이다운 어버이를 대학교에서 가르칠까? 나무읽기·바람읽기·숲읽기·나비읽기·벌레읽기·흙읽기·비읽기·별읽기·오늘읽기·마음읽기 ……를 비롯해서, 집살림·밥살림·옷살림·사랑살림·마을살림을 어느 대학교나 초·중·고에서 가르치니? 이런 삶·살림·사랑을 못 보고 모르는 채 나이를 먹고서 졸업장·자격증만 갖추는 틀이라면 무엇을 하겠니? ‘글읽기’를 그곳에서 배울는지 몰라. 그런데 삶·살림·사랑·숲을 모르는 눈으로 글을 어떻게 읽을까? 아이를 돌보지 않고,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이 터전을 가꾸지 않는 손으로 어떤 글을 읽을까? 나라가 살아나려면 대학교를 버릴 노릇이야. ‘나’로서 ‘나’를 세우고 일으키려면 늘 ‘나’를 바라보고 가꿀 노릇이야. 푸른별 모든 곳이 배우는 터전이야. 모든 곳에서 스스로 눈을 뜰 때라야 따로 배움터를 다닐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