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치료 2023.6.22.
풀이 없는 곳은
숨결이 싹트지 않기에
메마르고 비틀거리다가
온통 죽어가는 진구렁
풀에 나무에 벌레에
새에 나비에 개구리에
비구름 흐르는 곳은
스스로 살리는 숲터
고픈 배를 풀어주는 나물
아픈 몸을 풀어내는 들풀
시든 땅을 푸르게 덮으며
모든 빛을 일으키는 풀꽃
빗물 머금은 풀잎 맑고
햇빛 담은 풀포기 밝고
바람 품은 풀은 새롭고
별빛 보는 풀마다 곱고
아픈 데가 있으면 부드러이 다스릴 노릇입니다. 앓아누운 사람은 따뜻하거나 포근하게 달래면서 북돋아야 훌훌 털고서 일어날 수 있어요. ‘치료(治療)’는 “다스려서 낫게 하다”를 뜻한다지요. 우리말로 하자면 ‘다스리다’요, ‘다루다’입니다. ‘다독이다’이고, ‘달래다’입니다. 찬찬히 가기에 ‘다가가다’이고, 부드러이 서기에 ‘다가서다’입니다. 억지로 다그치면 고단하고 힘겨워요. 마구 닦달하면, 다 낫다가도 다시 아플 테지요. 햇빛을 담으면서 달랩니다. 별빛을 닮듯 다독입니다. 푸르게 우거진 숲에서 피어나는 푸른 숨결로 다가가듯 마음을 다하여 품습니다. 느긋하게 돌아보면서 낫습니다. 넉넉하게 보살피면서 씻어내요. 빗물이 맑고 가볍게 내리면서 온누리를 달래듯, 아픈 이웃과 동무와 한집안을 가만가만 맑고 밝은 마음으로 쓰다듬습니다. 풀꽃이 들과 숲을 살짝살짝 덮으면서 환하게 보듬듯, 앓는 사람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나긋나긋 돕고 어깨를 겯습니다. 든든하게 가꿉니다. 튼튼하게 일굽니다. 말끔하게 몸을 추스르는 누구나 즐겁게 노래하고 이야기를 하는 이곳은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