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24.

오늘말. 기스락


집에서는 집안일을 합니다. 집에서 나오면 바깥일을 합니다. 집에서는 집살림을 돌보고, 밖에서는 밖살림을 돌아봅니다. 마당을 빙그르르 돌면서 하늘바라기를 합니다. 가깝고 먼 마을이며 고을로 떠돌면서 여러 이웃을 만납니다. 낯선 고을에서 걷다가 길을 잃는 날이 있습니다. 길을 헤맬 적에는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더 헤매면서 새터를 새삼스레 마주합니다. 나그네처럼 다니기에 만나는 골목이 있어요. 발걸음을 옮기기에 눈길을 틔울 수 있어요. 저로서는 우리 보금자리가 살림터라면, 이웃님한테는 바로 이 골목이랑 마을이 보금터입니다. 어느 기스락일까 하고 갸우뚱하다가 생각합니다. 두리번두리번 길을 찾으려는 이곳을 깃새나 귀퉁이로 여길 수 없습니다. 푸른별로 보자면 모든 곳이 복판이거든요. 누구나 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고 걸어가고 스치고 어울립니다. 씨앗을 바람에 띄우는 들꽃은 떠돌꽃을 퍼뜨립니다. 뚜벅뚜벅 디디는 떠돌깨비는 떠돌새처럼 여러 곳을 뒤로합니다. 멀찌가니 마실을 한 날은, 멀리멀리 돈 그대로 돌아옵니다. 문득 멈춥니다. 고개를 들어 새바라기를 합니다. 한겨울에 노래하는 작은 텃새하고 눈을 맞춥니다.


ㅅㄴㄹ


나가다·나그네·뒤로하다·떠나다·내빼다·달아나다·옮기다·옮김꽃·나라를 잃다·잃다·잃어버리다·집을 잃다·떠돌다·떠돌아다니다·떠돌이·떠돌깨비·떠돌별·떠돌새·떠돌빛·떠돌꽃·멀리·멀리멀리·멀찌가니·멀찌감치·멀찍이·멀리가다·바깥길·밖길·바깥살림·밖살림·바깥살이·밖살이·숨다·숨어들다·숨은살림·숨은살이·기슭·기스락·깃·깃새·새길·새곳·새길찾기·새터님·새터사람·이웃·이웃님·이웃꽃 ← 망명, 망명도생, 망명도주, 망명생활, 망명인, 망명자, 망명정부, 망명정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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