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64 : 펼쳐지고 푸르러지고
우리는 ‘-지다’를 잘 안 씁니다. ‘사라지다·없어지다’나 ‘누그러지다·미어지다’처럼 쓰기도 하지만, 이 보기글처럼 ‘펼쳐지다’나 ‘푸르러지고’처럼 쓰지는 않아요. 우리말씨는 워낙 이렇습니다. 그래서 “휜 허리는 곧고”나 “흰 머리카락은 푸르고”로 손질합니다. 때로는 ‘휜’이나 ‘흰’을 아예 덜어냅니다. 이 보기글은 말놀이처럼 ‘휜·흰’을 넣었구나 싶습니다만, 말씨를 망가뜨리는 얼거리라면 말놀이가 아닌 말장난이나 말치레입니다. “이제 허리는 펴고”로 앞자락을 열고서, “어느새 머리카락은 푸르고”처럼 뒷자락을 이을 수 있어요. 앞에만 ‘이제’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휜 허리는 곧게 펼쳐지고, 흰 머리카락은 푸르러지고
→ 휜 허리는 곧고, 흰 머리카락은 푸르고
→ 이제 허리는 펴고, 머리카락은 푸르고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함민복, 문학동네, 2019)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