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21.

오늘말. 빙그르


겉을 핥는들 배부르지 않습니다. 겉으로 하는 말은 못 알아들을 만해요. 겉옷이 그이를 보여주지 않아요. 옷을 차려입기에 멋지지 않아요. 치레만 하는 매무새라면 오히려 엉성하거든요. 삶을 헤아리면서 알뜰히 이름을 붙이지만, 이름만 앞세운다면 입벙긋일 뿐입니다. 허울이 좋은들 알맹이란 없으니, 이때에는 빈이름에 빈수레일 테지요. 가득하면 노래요, 비거나 벙뜨면 시끄럽습니다. 빙그르 도는 푸른별과 해처럼 빙그레 웃을 줄 알기에 아름다워요. 번지르르할 뿐이라면 속없고 어수룩합니다. 빙긋빙긋 웃음꽃이 아닌, 반드르르 겉밭림이라면 그저 어설프며 휑합니다. 말 한 마디란 언제나 씨앗이에요. 빙빙도는 말이란 덧없지요. 꿈을 사랑으로 푸르게 심으려는 말이기에 온누리를 밝힐 뿐 아니라, 스스로 환합니다. 뜬구름을 잡으려고 용쓰니 흐리마리합니다. 스스로 구름을 일으켜서 바람을 가르기에 흐뭇해요. 굳이 지름길로 가야 하지는 않되, 자꾸 에두르기만 하면 넋을 잃고 맙니다. 입으로는 이야기를 하고, 손으로는 살림을 짓고, 눈으로는 서로 마음을 읽기로 해요. 두루뭉술하게 돌지 말고, 먼곳만 쳐다보지 말고, 바로 이곳을 함께 바라봐요.


ㅅㄴㄹ


겉·겉가죽·겉살·겉으로·겉짓·겉돌다·겉멋·겉발림·겉옷·겉치레·치레·글치레·말치레·옷·옷가지·옷섶·뜬구름·뜬하늘·뜬금없다·뜬금질·뭉뚱그리다·흐리다·흐리마리·흐리멍덩·흐리터분·흐릿하다·그냥·그냥그냥·그냥저냥·어설프다·어수룩하다·어정쩡하다·얼치기·엉성하다·에돌다·에두르다·우리다·멀다·넓다·돌다·돌려말하다·둘러말하다·두루뭉수리·두루뭉술·뭉수리·뿌옇다·속없다·아련하다·어렴풋하다·아스라하다·어슴푸레·말로·말로만·말뿐·아무렇게나·알없다·이름만·이름뿐·이름치레·입으로·입만·입만 살다·입뿐·입방긋·입벙긋·반드럽다·반드르르·반들·반지르르·번들·번드르르·번지르르·텅비다·허울·허울좋다·휑·휑하다·휑뎅그렁·횅·횅하다·횅뎅그렁·붕뜨다·벙뜨다·비다·빈수레·빈껍데기·빈껍질·빈이름·빙글·빙·빙빙·빙그르·빙그르르·빙돌다·빙빙돌다 ← 추상(抽象), 추상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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