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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의 노래 ㅣ 창비시선 29
박두진 지음 / 창비 / 1981년 1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21.
노래책시렁 305
《예레미야의 노래》
박두진
창작과비평사
1981.11.20.
아이들은 아무한테도 굽신거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누구한테나 온몸을 푹 숙이며 절을 합니다. 아이들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스스로 꿈을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모든 숨결은 하늘빛으로 태어납니다. 살갗이 누렇든 까맣든 하얗든 대수로울 일이 없어요. 다 다른 하늘빛입니다. 우리는 돌멩이나 나무토막한테 엎드려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바로 스스로 품은 넋한테 비손을 할 일입니다. 나는 나한테 비손하고, 너는 너한테 비손하지요. 나무는 나무 스스로 비손하고, 나비는 나비 스스로 비손하기에 아름다워요. 《예레미야의 노래》를 모처럼 읽었습니다. 푸른배움터를 다닐 무렵에는 그저 달달 외우면서 셈겨룸을 치렀다면, 이제는 홀가분히 한 자락씩 혀에 얹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스무 살에 이르도록 글다운 글이나 노래다운 노래를 못 만납니다. 달달 외우기만 할 뿐이거든요. 스무 살을 지나면, 새롭게 굴레를 쓰며 바쁜 나머지 스스로 하루를 노래하는 마음을 잊거나 잃습니다. 예부터 누구나 살림을 짓고 아이를 돌보며 노래하는 삶이었습니다. 온삶이 노래였으니 ‘온노래’입니다. 나를 나한테서 찾는다면 말갛게 노래꽃이요, 멀리서 님을 그리면 엎드리다가 떠나갑니다.
ㅅㄴㄹ
나무는 철을 따라 / 가지마다 난만히 꽃을 피워 흩날리고, // 인간은 영혼의 뿌리 깊이 / 눌리면 타오르는 자유의 불꽃을 간직한다. // 꽃은 그 뿌리에 근원하여 / 한철 바람에 향기로이 나부끼고, (꽃과 港口/60쪽)
뽕나무밭에 혼자서 매여 있던 나귀야 / 아무것도 모르고 매여 있다가 /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왔던 너는 / 좋았겠다. / 골목으로 마을로 하늘로 높다랗게 / 호산나 호산나 소리 / 꽃비로 쏟아지는 (예루살렘의 나귀/1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