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3.12.17.

숲집놀이터 286. 밑바닥 아기꽃



아기가 줄어들며 할매할배가 늘어난다. 사랑받으면서 신나게 뛰놀 터전하고 동떨어지니까 아기가 태어나기 어렵다. 어릴 적에 한결같이 빛나는 사랑을 듬뿍 누리면서 자라는 사람이 어른으로 선다면, 으레 사랑짝을 만나서 아기를 낳고 보금자리를 돌보겠지. 오늘날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보라. 잿더미에 사슬터 같은 배움터에 갇혀서 쳇바퀴를 돌 뿐이다. 겨우 스무 살에 이르러도 마침종이를 새로 거머쥐어야 하느라 갑갑하고, 애써 마침종이를 거머쥐어도 아늑하다고 여길 일자리를 찾느라 숨막힌다. 어느 틈에 사랑을 찾거나 만나거나 속삭일까? 더구나 어릴 적에 맨발에 맨손에 맨몸으로 나무타기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면서 풀밭에서 뛰어놀지 못 한 나날이라면, 나중에 짝을 만나서 아기를 낳더라도 어떻게 같이 놀거나 보살펴야 하는 줄 까맣게 모른다. 천기저귀를 어떻게 채우거나 삶아야 하는지 본 적도 겪은 적도 배운 적도 없다면, 열 살부터 스무 살까지 집에서 손수 밥을 차려서 먹거나 빨래를 하거나 쓸고닦기를 해본 적 없다면, 철없이 몸뚱이만 큰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밑바닥 아기꽃(최악의 출산율)’일 수밖에 없다. 아기를 반기고 싶다면, 틀에 박힌 배움터를 걷어내야지. 꿈을 키우고 사랑을 속삭이는 배움마당에 보금자리로 바꾸어야지. 뛰놀며 기쁘게 웃는 어린 나날이 없는 나라로 이어간다면, 아기꽃은 새로 피어나지 않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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