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14.
오늘말. 뻗다
겨울에는 폭 잠드는 나무요 풀입니다. 풀도 나무도 새근새근 자면서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하늘은 겨우내 하얗게 눈을 베풉니다. 이 눈송이를 고루 이불로 삼아서 잎망울이 크고 꽃망울이 나지요. 바야흐로 새봄을 맞이하면 모두 눈뜨면서 싹이 트고 움이 터요. 하늘이 새롭게 열리는 철에 모두 꽃철을 연달까요. 넘설거리는 봄입니다. 너울거리는 꽃날입니다. 물결치는 꽃나날을 누리려고 발길을 뻗습니다. 들로 숲으로 멧골로 천천히 나아가면서 아름다운 삶꽃을 누려요. 꽃피는 봄날이란 누구나 새롭게 피어나는 살림꽃이라고 할 만합니다. 스스럼없이 거듭나 봐요. 봄여름을 지나니 가을이 오듯, 한겨울에 흰빛으로 꿈꾸었으니 새록새록 찾아드는 철에 즐겁게 일어서서 쏟물처럼 꿈노래를 불러요. 눈송이도 빗물도 온누리를 넓게 보듬습니다. 꽃씨도 풀씨도 어디로나 퍼집니다. 기지개를 켭니다. 마음을 바꿉니다. 이제부터 거듭나려 합니다. 빛접은 씨앗 한 톨을 마당에 밭에 심으면서 이 보금자리를 곱게 이루려고 합니다. 한꺼번에 나아지기보다는 느긋느긋 섭니다. 높이 하늘을 흐르는 구름으로 발돋움하듯 모든 빗장을 풀고서 눈빛을 틔웁니다.
ㅅㄴㄹ
거듭나다·기지개·바꾸다·달라지다·꽃철·꽃날·꽃나날·봄·봄날·봄철·빛·빛나다·빛있다·빛접다·빛나리·너울거리다·넘실거리다·물결치다·높다·발걸음·발길·발씨·발돋움·빗장열기·빗장풀기·나고자라다·나다·나아지다·태어나다·내딛다·나타나다·눈뜨다·새뜸·싹트다·싹나다·움트다·열다·열리다·트디·트이다·틔우다·자라다·자라나다·크다·좋다·넓다·퍼지다·뻗다·번지다·붙다·생기다·무르익다·익다·이루다·이룩하다·이르다·서다·일다·일어나다·일어서다·일으키다·꽃피다·피다·피우다·피어나다·곱다·아름답다·살림꽃·살림멋·살림빛·삶빛·삶꽃·쏠·쏟아지다·쏟물·쓸만하다 ← 발달(發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