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14.

오늘말. 잔뼈가 굵다


처음부터 잘 하려고 힘을 쓰다가는 그만 지칩니다. 힘만 들이느라 힘들거든요. 입으로만 하기보다는 몸으로 나서면서 하나씩 일구기도 하지만, 먼저 가만히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 펼칠 일거리부터 눈과 마음에 익도록 다스려야지 싶어요. 천천히 스미면서 일손이 자라요. 가만히 물들듯 느긋이 다독이기에 어느새 잔뼈가 굵고 요모조모 챙기게 마련입니다. 익숙하게 할 때까지는 기다리거나 지켜봐야지 싶습니다. 날나무를 바로 땔감으로 못 쓰듯, 갓나무는 먼저 말려야 불을 땔 수 있듯, 때와 곳을 맞추면서 하루하루 보내노라면, 어느새 솜씨가 생기고 눈망울을 틔워요. 좀이 쑤셔서 못 견딜까요. 얼른 하고 싶어서 못 참을까요. 이럴 적에는 속마음을 털어놓아요. 마음에 빗장을 틀기보다는, 모든 빗장을 살살 풀면서 꿈을 밝히고 생각을 말해요. 바람 한 줄기를 머금듯 이야기 한 자락이 녹아들면서 오늘 하루가 새롭습니다. 두런두런 마음을 풀면서 새길을 여는 실마리를 찾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볼까요. 나무는 해를 기다리고 별을 지켜봅니다. 나무 곁에 서는 나다운 숨빛을 헤아리면서 즐겁게 지내요. 천천히 하면 낯이 익으며 잘 됩니다.


ㅅㄴㄹ


길들다·길들이다·낯익다·낯익히다·익다·익숙하다·녹다·녹아들다·맞추다·보내다·머금다·물들다·물들이다·스미다·스며들다·젖다·젖어들다·버릇·버릇하다·일삼다·있다·지내다·하다·해보다·잔뼈가 굵다·잘 있다·견디다·참다 ← 적응(適應)


나무·날나무·산나무·갓나무 ← 생목(生木)


털어놓다·풀다·풀어놓다·마음풀이·까다·까밝히다·꺼내다·드러내다·들다·들려주다·말하다·밝히다·입으로·빗장열기·빗장풀기·수다·이야기·얘기 ← 고해(告解), 고해성사(告解聖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