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64


《희망은 있다》

 페트라 켈리

 이수영 옮김

 달팽이

 2004.11.15.



  푸른길을 밝히는 길을 찾던 숱한 사람들 가운데 독일사람 페트라 켈리 님은 어릴 적부터 할머니한테서 ‘총칼(전쟁무기)’로는 나라를 지키기는커녕 사람들이 죽어나갈 뿐인 줄 차근차근 듣고 배웠어요. 푸른별을 싸움판으로 뒤덮은 독일 나치를 온몸으로 겪은 할머니였거든요. 어머니를 따라서 미국으로 건너가서 배움길을 잇는 동안 ‘살갗빛을 넘는 어깨동무’를 찾아야겠다고 여겼고, ‘순이돌이를 가르는 고약한 굴레’를 걷어낼 실마리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여러 가지는 “Green Party”를 여는 길에 있다고 느꼈다지요. 나이나 옷차림으로는 아무런 ‘정치·문화·교육·예술’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새로 태어나서 자라나는 어린이한테 아무 이바지를 못 한다고 여겼답니다. 독일에서 움튼 “Green Party”를 지켜본 이웃나라 일본은, 이 두레(정당)를 ‘녹색당(綠色黨)’이라는 한자말로 옮깁니다. ‘일본 녹색당’이 태어납니다. 한참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인문학을 받아들여서 ‘녹색당’이란 이름을 그대로 씁니다. 곰곰이 짚을 노릇입니다. 영어나 서양말로는 ‘party’로 ‘모임·잔치·두레’를 수수하게 나타냅니다. 우리나라는 ‘모임·잔치·두레’처럼 수수한 우리말을 ‘정당·정치’에 못 써요. 더구나 우리말 ‘푸르다·풀빛’을 헤아리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푸른잔치·푸른두레·푸른모임’이나 ‘풀빛잔치·풀빛두레·풀빛모임’이나 ‘숲잔치·숲두레·숲모임’을 즐겁고 아름다이 꾸리면서 이 나라를 가꾸거나 일굴 수 있을까요? 《희망은 있다》는 책처럼 “풀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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