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6.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허수경 글, 창작과비평사, 2001.2.15.



비가 올 듯 구름이 모인다. 가늘게 비가 듣는 듯하지만, 해가 다시 나고, 또 구름이 몰린다. 하루는 부드러이 흐른다. 찌뿌둥한 몸을 풀어준다. 차근차근 추스르면서 이 보금자리에서 일굴 살림을 생각한다. 햇살은 더 기울었다. 깊밤(동지)이 다가온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되읽는다. 모든 넋은 오롯이 빛이라서 죽음이 따로 없다. 넋한테는 삶도 없다. 다만, 넋이 몸뚱이라는 살하고 뼈를 입을 적에는 문득 삶을 맛본다. 때곳(시공간)이 없이 언제까지나 빛나는 숨결이 넋인 터라, 이 넋을 그저 바라볼 줄 안다면, 죽살이에 얽매이지 않고서 꿈길을 사랑으로 그리는 하루를 걸어간다고 느낀다. 넋을 안 보기에 다툰다. 넋을 잘못 보기에 겨룬다. 넋을 등지기에 싸운다. 넋을 아랑곳하지 않으니 사랑이 아닌 굴레살이에 스스로 가둔다. 아프거나 앓는 사람은 두 갈래 길 앞에 선다. 첫째, 기쁘게 아프거나 앓으면서 삶과 넋을 알아가며 사랑을 짓는다. 둘째, 아픔과 앓이를 미워하고 등지면서 삶도 넋도 등돌리고 사랑이 없이 메마르게 죽어간다. 이 삶을 깨닫는 사람만 글을 쓰지 않는다. 이 삶을 안 깨닫는 사람도 글을 쓴다. 우리는 어떤 글을 알아보거나 알아차리는가? 우리는 스스로 어떤 넋인 줄 얼마나 알아보는 하루인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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