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예산 2023.11.23.나무.



나라(정부)에 돈이 모자란 적은 없어. 나라에서 돈을 움켜쥐어 사람들을 종(노예)이나 허수아비나 노리개나 싸울아비(군인)로 굴릴 뿐이야. 너한테 돈이 없던 적은 없어. 네가 너한테 알맞게 누릴 돈을 차근차근 그리지 않았을 뿐이야. 나라나 네가 돈을 움켜쥐기에 안 나빠. 돈을 바라면 돈을 꽉 쥐렴. 그러면 돈을 안 놓치겠지. 그런데 돈을 움켜쥐다 보면, 다른 길이나 삶을 쥘 틈이 없어. 돈을 쥔 손을 놓아야 사랑을 펴고 심는단다. 돈을 쥔 손을 비워야 어린이 손을 잡고서 같이 놀지. 돈을 쥔 손을 풀어야, 밥도 하고 밥도 먹고 밥도 나누고, 설거지에 집살림을 꾸려. 돈을 움켜쥔 손이기에 두바퀴(자전거)를 못 쥐겠지. 돈을 꽉 잡은 손이니까, 이웃이나 동무랑 손을 잡을 수 없어. 돈을 안 놓은 손이니까, 나무를 안거나 나비를 내려앉힐 수 없어. 넌 손에 무엇을 놓을 셈이니? 빈손이란 없어. 사랑을 짓는 손을 보렴! 돈을 쥐고서 사랑을 펴는 사람은 없어. 총칼을 쥔 녀석이 사랑을 펼까? 부스러지(지식)를 쥔 녀석이 사랑을 알까? 돈으로 뭘 하려고 나선다면 어리석어. 돈은 그저 돈을 낳는단다. 사랑이 사랑을 낳고 펴듯, 돈은 늘 돈으로만 이어가. 꿈은 꿈으로 잇지. 웃음은 웃음으로 이어. 눈물은 눈물로 잇지. 걱정은 걱정으로 잇고, 굴레는 굴레로 잇는단다. 넌 뭘 쥐고서 잇는 하루이니? 넌 무엇을 보면서 담니? 너희 나라는 언제나 돈(예산)타령을 하느라, 사람도 삶도 사랑도 숲도 못 보는데, 너도 너희 나라가 하듯 돈만 바라보지는 않니? 네 마음에 나무씨앗과 풀씨앗을 심는 ‘빈손’이 있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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