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회색인 2023.11.21.불.



너희가 ‘비’를 싫어하거나 꺼리는 마음을 일으키고부터 ‘잿빛(회색)’을 무척이나 싫어하거나 꺼리더구나. 비를 뿌리는 구름이 잿빛인 줄 아니? ‘재’로 바뀌었기에 더 빠르게 흙으로 돌아가면서 땅심이 살아나는 줄 아니? ‘잿빛 = 살림빛’이요, ‘잿물·재거름 = 살림물’로 여길 만해. ‘잿사람(회색인)’은 어떨까? 흰빛도 검은빛도 아니기에 이쪽저쪽 다 달라붙는 빛깔로 여기니? 두 빛깔을 고루 품고서 복판을 지키는 살림빛으로 여기니? 나쁜빛이나 좋은빛은 없어. 네 마음이 어느 곳으로 기울 뿐이야. 네가 나쁘다고 여기는 쪽으로 기울기에 나쁘다고 본단다. 네가 좋다고 여기는 쪽으로 기울면 좋다고 볼 테지. 비구름이 나쁘니? 비구름이 좋니? 비구름은 비를 뿌리는 구름일 뿐이란다. 조금 내리든 많이 뿌리든, 그때그때 땅한테 알맞게 내리는 비야. 가문 날은 가물어야 배울 일이 있어. 장마철은 장마여야 배울 일이 있지. 비벼락이 치면, 비랑 벼락으로 배워야 한다는 뜻이란다. 넌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배우니? 넌 배우는 마음이니? 넌 안 배우고서 꺼리거나 싫어하거나 미워하니? 넌 먹구름을 보면서 어떤 날씨를 그리니? 잿빛구름이 뿌리는 빗방울은 조금도 ‘잿빛’이 아니라 티없이 맑은 살림물빛이란다. 흰빛도 검은빛도 아닌 잿빛이라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가만히 읽어 보렴. 모든 다 다른 빛깔에 모두 다 다르게 삶살림사랑이 흐르는 줄 느끼기를 바라. 모든 풀꽃은 크기도 무늬도 빛깔도 다르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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