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제비도 안다 2023.9.9.흙.



제비는 아무 집에나 찾아가지 않아. 오래오래 깃들어 오면서 두고두고 즐거이 누린 보금자리를 ‘새로 낳아 돌볼’ 새끼 제비한테 보여주고 물려주고 알려주고 싶단다. 그래서 제비는 해마다 ‘같은 처마밑’을 찾아와. 제비는 한결같이 사랑으로 살림을 지으려는 마음이지만, 사람 스스로 사랑이나 살림을 잊기에 제비를 잊거나 안 그려. 그런데 제비도 알아. 살림을 잊은 사람이 살림빛을 새로 보고 느끼고 배우기를 바라면서 날갯춤을 베풀어. 사랑을 등진 사람이 사랑씨를 새로 심고 가꾸고 짓기를 바라면서 바람노래를 들려줘. 제비도 알아. 사람이 잊다가 잃느라 모를 뿐이야. 제비야말로 알아. 사람이 등지고 버리고 깨부순 마을을 새롭게 살릴 길을 그린단다. 제비가 아무 머리 위를 날겠니? 제비가 아무 데서나 바람을 가르겠니? 제비는 왜 사람들 곁으로 찾아와서 집을 짓거나 고치면서 새벽 일찍 깨고 저녁 일찍 잠들까? 예부터 사람들은 시골에서 제비랑 같이 일어나고 일하고 쉬고 노래하고 잠들며 봄여름을 누렸고 가을겨울을 맞이했어. 제비는 ‘철잡이’야. “철을 알리는 길잡이”란다. 너는 무슨 ‘-잡이’이니? 길잡이? 살림잡이? 노래잡이? 글잡이? 사랑잡이? 꿈잡이? 스스로 돌아보렴. 스스로 날아 봐. 하늘은 누구나 마실 수 있어. 바람은 누구나 탈 수 있어. 별빛은 누구나 품을 수 있어. 네가 마음을 기울이면 바로 그날부터 꽃을 피운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