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27.
오늘말. 일어나다
앓아누울 적에는 가만히 쉽니다. 끙끙대는 몸을 억지로 일으킨들 일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얽매이거나 옭죄이면 더 앓아요. 그저 내려놓고서 마음을 풀어야 눈부신 꽃바람을 쐬면서 천천히 나을 만합니다. 남보다 먼저 가는 꽃길이 아니에요. 첫길이나 으뜸길이나 먼젓길일 수 없는 꽃나래입니다. 봄꽃이 있으면 여름꽃에 가을꽃이 있어요. 이른봄꽃에 늦봄꽃도 있어요. 남보다 더 빨리 해야 한다는 굴레에 끌려다닐 까닭이 없습니다. 둘레에서 멍에를 씌우기에 고단한가요? 나라에서 재갈을 채우니 숨이 막히나요? 길든넋을 풀고 싶다면 살림빛을 밝히면서 일어날 노릇입니다. 왼손에는 붓을 쥐고, 오른손에는 호미를 잡고서 일어서요. 우두머리가 채우는 고삐가 아니고, 힘꾼이 붙잡는 차꼬이지 않아요. 우리는 스스로 쇠사슬을 머금습니다. 서로 돌볼 줄 아는 마음을 잊으니 틀에 박혀요. 서로 보살피는 살림멋을 등지기에 포근한 품을 잃고서 매달립니다. 총칼나라를 들여다봐요. 누가 총칼을 만들고 누가 총칼을 쥐나요? 늘 스스로 발목을 잡지 않았을까요? 그들이 길들인 탓이 없지 않겠지만, 우리가 스스로 길들었기에 수렁에 잠기며 매일 뿐입니다.
ㅅㄴㄹ
꽃길·꽃물결·꽃너울·꽃날개·꽃나래·꽃바람·눈부시다·빛나다·빛길·빛날·빛철·무지개길·무지개날·반짝날·살림꽃·살림멋·살림빛·아름날·환하다·활짝·일어나다 ← 르네상스
고삐·굴레·멍에·사슬·수렁·길들다·길듦짓·길든이·길든넋·길든나라·끄달리다·끌려가다·끌려다니다·동이다·동여매다·딸리다·달리다·매달리다·매다·매이다·붙다·달라붙다·들러붙다·얽매다·옥죄다·옭죄다·옭다·옭매다·죄다·쪼이다·총칼나라·총칼수렁·총칼굴레·머금다·옆·있다·품·틀넋·틀나라·틀에 맞추다·판에 맞추다·발목잡다·쇠사슬·쇠고랑·재갈·차꼬 ← 종속(從屬), 종속적, 속국(屬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