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38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11.21.

푸는 실마리는 이야기


《경계의 린네 38》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6.25.



  《경계의 린네 38》(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몸을 입은 사람이건 몸을 벗은 넋이건, 다들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로구나 싶습니다. 앙금을 이야기로 풉니다. 생채기를 이야기로 달랩니다. 멍울을 이야기로 지웁니다. 다치거나 아픈 데를 이야기로 씻어냅니다.


  대단한 꽃물(묘약)을 써야 앙금을 풀지 않아요. 놀라운 힘을 들여야 생채기를 달래지 않습니다. 잔칫밥을 누리기에 배부르지 않거든요. 사랑을 담은 밥 한 그릇이기에 새롭게 기운이 솟으면서 서로서로 즐겁게 하루를 가꿉니다.


  곰곰이 볼 노릇입니다. 우리는 다 이야기로 맺고 풀 수 있습니다. 싸워야 얻거나 이기지 않습니다. 이기거나 지는 사람이 없이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을 만합니다. 누르거나 괴롭히는 짓을 멈출 수 있다면, 두런두런 모여서 이야기하는 사이에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으로 나아갈 만합니다.


  이야기를 하기에 서로 잇습니다. ‘이야기’란 “주고받는 말 = 잇는 말”입니다. 서로 말을 주거니받거니 하기에 마음을 이어요. 말소리 하나는 징검다리가 되어 서로 새록새록 만나는 실마리로 피어납니다.


  바쁘기에 말을 안 합니다. 바쁘니 돈으로 땜을 합니다. 바쁘기에 돈을 더 벌려고 합니다. 바쁜 탓에 마음을 잃다가 어느새 이 삶을 왜 누리는지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ㅅㄴㄹ


“아, 잠깐.” “성불했어.” “원념이 사라졌구나.” ‘더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21쪽)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마음이 걸려서, 조사해 봤는데, 내가 돈이 궁해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우리 아빠 엄마라고?” (40쪽)


‘아아, 한 푼도 안 되는 일에, 나도 참 마음이 좋아 탈이야.’ (50쪽)


“즉, 마츠고도 안쥬도 붉은 신부 교회의 저주를 알고 있었단 말이구나.” ‘그래, 나는 떠밀리는 척 이 저주에 편승할 생각이지!’ (87쪽)


“백지 언덕에서 캔 결별의 영철이며, 물거품 샘물이며, 망각의 회로며, 즉 이런저런 걸 다 지우고 끊어서 빚을 떼먹게 해주는 낫이었구나.” “사쿠라 아씬 그걸 다 기억했어요?” (146쪽)


“이야기도 안 듣고 낫부터 휘두르는 사신이 어딨어!” (156쪽)


#高橋留美子 #境界のRINN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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