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8.


《붉은가슴울새》

 셀마 라게를뢰프 글/이동진 그림·옮김, 위즈덤북, 2002.11.20.



깊어가는 늦가을을 본다. 곧 깊밤(동지)이 다가올 테지. 깊밤이 가까울수록 ‘아, 겨울이 저무네.’ 하고 느낀다. 아직 겨울조차 아니라지만, 해길이를 보면서 철이 흐르는 결을 품는다. 두바퀴를 달려 나래터를 다녀온다. 구름을 빗질하는 듯한 파란하늘이다. 발판을 천천히 구른다. 혼자 호젓이 달라는 들길에서 한 팔을 벌려 바람을 마신다. 시골에 깃들려는 이들이 부디 쇳덩이(자동차)를 버리기를 빈다. 시골에서는 걷거나 두바퀴를 천천히 달리기를 빈다. 서울에서처럼 살려면 시골에 올 까닭이 없다. 하늘과 땅과 들숲을 새롭게 마주하면서 풀벌레랑 새하고 동무하려고 깃드는 터전이 시골이다. 이리하여 나중에는 서울에서도 쇳덩이를 와르르 버리기를 빈다. 남더러 버리라 하지 말고, 우리가 스스로 버릴 일이다. 더 천천히 걷고, 더 느긋이 둘레를 볼 적에, 바로 우리가 눈을 뜬다. 《붉은가슴울새》를 읽었다. 그림이 퍽 어설프지만, ‘셀마 라게를뢰프’ 님 글자락이라서, 어설픈 옮김말을 끝까지 참으면서 읽었다.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분은 제발 우리말을 새로 익힐 노릇이다. 무늬만 한글로 적는대서 ‘글’을 이루지 않는다. 겉보기로 반지르르하기에 열매일까? 속이 차야 열매이듯, 말을 말답게 익혀서 담아야 글쓰기요 옮기기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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