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19.
오늘말. 댓바람
사납게 튕기거나 내쏘는 말은 스스로 갉습니다. 물을 내뿜으며 물낯으로 솟구친 고래는 바다살림을 너르고 고즈넉이 품습니다. 쉴새없이 밀어붙이며 이웃도 지치고 스스로도 지겨워요. 숨을 쉴 틈이 있기에 서로 느긋하면서 생각을 가꿉니다. 흙한테 안긴 씨앗은 화다닥 자라려고 하지 않아요. 나비가 잎에 낳은 알은 후다닥 깨어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애벌레는 거푸 허물벗기를 하되, 다다닥 고치를 틀지 않아요. 느긋이 해바람을 맞이합니다. 찬찬히 비바람을 마주합니다. 두고두고 별바람을 쐬다가, 어느 날 문득 고치를 틀고서 날개돋이로 나아가지요. 바쁘니까 부리나케 하겠지만, 마감이 코앞이니까 재빨리 마무르려 할 테지만, 냅다 달리기보다는 살짝 쉬어 봐요. 쉼없이 가지 말고, 이내 찾아들 밤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봐요. 댓바람으로 휘몰아칠 적에는 둘레를 잊어버리지요. 한두 가지도 서너 갈래도 너덧 자락도 잊다가, 여러 삶빛을 고스란히 잃기도 합니다. 해는 빨리 돌지 않아요. 푸른별도 얼른 돌지 않습니다. 그저 고이 이어갑니다. 다 다른 철하고 달하고 날을 누구나 누리도록 한결같이 따사로운 해를 마음 깊이 품어 본다면 오늘 하루가 달라요.
ㅅㄴㄹ
내쏘다·내뿜다·쏘다·쏘아대다·쏘아붙이다·뿜다·뿜어내다·몰다·몰아붙이다·몰아세우다·마구·마구잡이·숨쉴틈없다·쉼없다·쉬잖다·쉴새없이·부리나케·빨리·빠르다·얼른·재빨리·잽싸다·잇다·잇달아·이내·휘몰다·회오리바람·돌개바람·확·확확·화다닥·휙·휙휙·후다닥·다다닥·거침없이·거푸·자꾸·내처·냅다·냉큼·대뜸·대번에·댓바람·바람같다·벼락같다·바로·바로바로·막바로 ← 속사포
너덧·네다섯·넷이나 다섯·몇·몇몇·여러·여럿 ← 사오(四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