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19.

오늘말. 뚱하게


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자라는 아이입니다. 어질게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면서 익히는 어른입니다. 딸은 딸기꽃마냥 고요히 빛나고, 아들은 들풀처럼 가만히 반짝입니다. 뜻을 모아서 살림을 펴고 두레를 열어요. 잠자코 한 손을 내밀면서 거들지요. 살며시 두 손을 모두어 더욱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대단한 책을 올려야 하지 않습니다. 엄청나다 싶은 돈을 드려야 하지 않습니다. 살림품앗이는 힘이나 크기로 여미지 않아요. 가만히 토닥이는 자리인 살림모임입니다. 잔잔하게 어울리면서 나란히 북돋우는 우리 집입니다. 예부터 우리는 ‘암수·밤낮·가시버시·어버이’처럼 으레 순이를 앞자락에 놓았습니다. 어느 갈래로 나아갈 자리인가 살필 적에 가시내가 기꺼이 앞장서서 어느 켠에서 일살림을 매듭지을 적에 아름다울는지 밝혔어요. 오늘 우리는 하루하루가 잔치판일까요? 쳇바퀴일까요? 이쪽저쪽으로 갈라치기를 한다면 다툴 뿐입니다. 나무에 가지가 고르게 나듯, 마음자리도 살림자리도 고르게 마주하면서 보듬기에 사랑이 시나브로 자라요. 뚱하게 흘기는 눈짓으로는 싹이 안 터요. 다문 입에 웃음노래를 머금어 봐요. 서로 모시며 일어서요.


ㅅㄴㄹ


따님·딸·딸내미·딸아이·순이·가시내·아이·어린이 ← 여식(女息)


가르다·가름·갈래·갈래나다·갈라내다·갈라치다·두레·울력·모둠·모음·모임·무리·-네·녘·-째·쪽·칸·켠·자리·자위·판·줄·서로·여럿·여러분·이·살림두레·살림모임·살림품앗이 ← 반(班)


조용히·고요히·눈짓·가만히·대꾸없이·뚱하게·다물다·넌지시·살며시·얌전히·시나브로·잔잔하다·잠자코 ← 무언(無言)


바치다·드리다·올리다·내다·모시다·조아리다 ← 상납, 조공(朝貢)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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