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19.

오늘말. 씨앗돈


밑돈이 있어서 일을 벌입니다. 밑천이 없으나 일을 꾀합니다. 앞삯을 받고서 스스럼없이 일을 맡고, 먼젓돈은 없어도 믿으면서 스스럼없이 일을 합니다. 가장자리라 여길 수 있지만, 푸른별을 커다란 몸통으로 헤아리면, 모든 곳은 다 다르게 가운데예요. 이 길은 왼길이 아니에요. 저 길은 오른길이 아닙니다. 사이를 구태여 가르지 말고서 바라봐요. 복판이지 않은 길이 없어요. 저마다 다른 가운길입니다. 우리는 두 손이 어우러지기에 일을 해요. 두 다리가 얼크러지기에 걸어다닙니다. 내몰지 말아요. 숨쉴틈을 내요. 몰아붙이지 말아요. 저마다 이웃인 줄 느끼면서 마음으로 이을 고리를 놓아요. 허리춤에 손을 얹고서 사뿐히 춤을 즐겨 봐요. 마을 어귀에서도, 바다 입새에서도, 이 길하고 저 길이 만나는 징검다리가 무엇일까 하고 헤아려요. 바람이 드나들 틈이 없이 딱딱하다면 어느새 어줍은 길로 치닫더군요. 두 다리를 호젓하게 쓰자면 샅이 있어야 합니다. 몸을 잇기에 샅이요, 마음하고 마음을 이으면서 따사로우니 서로 사귈 수 있어요. 씨앗 한 톨을 돌아봐요. 아주 조그마한 씨앗이 나중에 숲을 이룹니다. 씨앗돈 한 닢으로 살림빛을 열어젖힙니다.


ㅅㄴㄹ


첫돈·첫밗돈·처음돈·첫삯·밑천·밑돈·씨앗돈·씨앗삯·앞돈·앞삯·들돈·들임돈·들임삯·먼젓돈 ← 초기비용, 착수금


가운데·가운길·한가운데·복판·한복판·다리·줄·바·밧줄·지·징검다리·징검돌·몸·몸통·으뜸꽃·으뜸별·틈·틈새·쉴틈·사이·샅·새·-다가·동안·만나다·사귀다·어우러지다·어울리다·얼크러지다·엉성하다·어설프다·어정쩡하다·어줍다·얼치기·문득·불쑥·숨돌릴틈·숨쉴틈·이웃·고리·잇다·이어주다·이음고리·춤·허리춤·통·아가리·어귀·입새 ← 중간(中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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