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69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유신선포에서 민청학연까지》
지명관 글
岩波 엮음
편집부 옮김
한울림
1985.1.30.
모르는 사람은 그저 모릅니다. 아니, 모른다는 핑계를 앞세워 내내 모르는 체 굴러가려 합니다. 아는 사람은 그냥 압니다. 아니, 알기에 아직 알지 않는 곳을 더 헤아려서 알려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앎이라는 길은 가없이 흐르고 잇는 줄 알아서, 늘 앓고 아프면서 새롭게 알에서 깨어나려는 몸짓으로 하루를 맞이합니다.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유신선포에서 민청학연까지》는 1974년에 《韓國からの通信》으로 나왔고, 일본책을 옮긴 한글판이 1985년에야 나옵니다. 글쓴이는 지명관 님이고, 2003년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누가 썼는지 둘레에서 다들 모른다고 했다지만, 막상 아는 사람은 다 물밑으로 알았더군요. 박정희·전두환도 알았을 테고, 일본 우두머리·경찰도 다 알았다지요. 그러니까, 다들 알면서 ‘알지 않는 척’을 한 셈입니다. 지명관 님은 ‘이 나라에서 살며 참소리를 내다가는 맞아죽는다’고 느껴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글을 썼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어떤 글을 쓰는 삶일까요? 이 나라와 들숲바다를 살리는 글을 쓰나요? 돈벌이에 이름팔이에 힘자랑을 내세우는 글이 넘치지 않나요? 이 나라 어린이는 어떤 글이나 그림을 만나는지요? 서로 아름답게 만나서 새롭게 사랑을 짓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