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험지 : 뽑기(선거)를 앞두면 으레 쏟아지는 ‘험지’라는 한자말을 돌아본다. 그들은 사람을 안 보고 마을에 안 살기에 ‘험지’타령을 한다. 그들이 벼슬꾼이나 감투꾼이 아닌 일꾼이라면, 함부로 ‘험지’란 한자말을 입에 안 올리게 마련이다. 그들이 일꾼이라면, 모두 같은 이 나라 이 땅 이 마을이니, 아직 모르는 이웃한테 찾아가서 온땀을 바쳐 일할 마음을 다스리겠지. 그들 스스로 일꾼이 아니기에 ‘험지’란 말을 우스꽝스레 뱉는다. 사람을 먼저 보고, 사람 곁에 있는 들숲바다를 보며, 들숲바다가 품는 풀꽃나무랑 흙돌나무를 헤아린다면, 우리 입과 눈과 코와 귀는 ‘삶·사랑’이라는 낱말로 ‘마을·살림’을 일구려는 꿈을 키울 테지. 일하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또는 돈·이름·힘을 거머쥐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그이가 ‘험지’라 말하는지 ‘이웃’이라 말하는지 귀를 기울여 보라. 2023.11.1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