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다물다 2023.11.4.흙.



어린이는 쉬지 않아. 어린이가 쉴 때란, 몸을 잊고서 꿈으로 갈 때란다. 어린이는 눈을 뜨자마자 놀고, 노래하고, 뛰고, 노래하고, 이것저것 다 만지고 보고 노래하고, 새로 놀고, 실컷 노래하고는, 폭 고꾸라지듯 꿈길로 간단다. 어린이는 그야말로 이 별을 하나부터 끝까지 누리고 싶어서 태어났어. 어린이한테서 끝없는 수다를 뺀다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할 수 있어. ‘입을 다무는 아이’란 ‘빛을 잃은 아이’란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뛰면서 자라게 마련이야. 무엇이든 묻고 하고 겪고 다가서고 깨우지. 두려움도 걱정도 무서움도 불길도 근심도 아닌, 오직 초롱초롱 별빛처럼 궁금하기에 마주하고 품는단다. 그런데 너희 사람터에서 어린이는 어떤 모습이니? 길에서 어린이가 자취를 감추네? 혼자 버스를 타거나 돌아다니는 어린이는 다 어디 갔을까? 걱정없이 씩씩하게 보고 듣고 겪으면서 온누리를 맑고 밝게 바꾸어내는 아이는 어디 갔을까? 모든 곳에 아이가 있을 노릇이야. 모든 곳은 아이가 드나들 수 있어야 해. 아이가 못 드나들거나 아이를 막는다면, 그곳은 죽음수렁이지. ‘몇몇 나이든 사람’만 드나들거나 놀 수 있는 데가 끔찍하게 넘치는구나. 아이들이 누빌 수 있는 데가 아예 사라지다시피 하네. 아이들이 입을 다문다면, 아이들 입을 틀어막고 심부름으로 길들인다면, 아이들이 실컷 얘기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너희 모두 찌들고 주눅들고 시름시름 앓는단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서 ‘어린이 수다’를 들으렴. 어린이 말을 들어야 어른이 된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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