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대차게 2023.11.5.해.



대나무는 대나무로 자라. 후박나무는 후박나무로 자라. 소나무는 소나무로 자라고, 배롱나무는 배롱나무로 자라. 모든 나무가 다르니까 다 다른 자람결이야. 너희 몸은 나무보다 짧게 살지는 않지만, 너희가 스스로 살림빛을 그리지 않을 적에는 나무뿐 아니라, 들풀보다 짧게 살겠지. 모름지기 ‘알’이란 ‘알차’야 알이야. 속이 차지 않고서 껍데기만 번지르르 있다면, 어느 누구도 ‘알’이라 여기지 않아. ‘껍데기·빈껍데기’라고 이르지. 대나무라면 대차게 서야겠지. 소나무라면 솟아나듯 서야겠지. 배롱나무라면 배롱배롱 밝게 꽃다울 노릇이고, 후박나무라면 흐드러지듯 밝을 노릇이야. 겉모습만으로 ‘사람’이라 할 수 없지. 사납고 어리석어 사랑을 잊고 살림을 등진 몸짓이라면, ‘허울은 사람인 척’이되, 조금도 ‘사람답지’ 않아. 아무렇게나 뒹구는 쳇바퀴는 ‘하루’가 아니고 ‘삶’이 아니란다. 꿈을 그리고 사랑을 펴는 오늘을 스스로 그려서 펴고 누리고 나눌 적에 ‘하루’이자 ‘삶’이야. 사랑이 없으면 ‘알 없는 껍데기’야. 사랑을 품고 피우기에 ‘알찬’ 숨결이고 ‘대찬’ 몸짓이지. 너는 사람이니? 사람인 척이니? 너는 사랑이니? 사랑인 척하며 꾸미는 껍데기나 허울이니? 아직 껍데기를 뒤집어쓴 몸짓이라면, 오늘 네가 뭘 하는지 곰곰이 보렴. 네가 한 발짝을 내딛는 몸짓인지, 갈팡질팡 헤매는지 보렴. 헤매도 되고 멈춰도 돼. 어지러울 수 있고, 어쩔 줄 모르면서 맴돌 수 있어. 그저 모든 네 모습을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바라보다가 포근히 안을 적에 조그맣게 반짝이면서 사랑이라는 씨앗이 싹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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