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열 살 2023.11.6.달.



다섯 살하고 여섯 살은 확 달라. 떠올려 봐. 네가 다섯 살에서 여섯 살로 접어들 적에 얼마나 거듭났는지 되새겨 봐. 일곱 살하고 여덟 살은 아주 달라. 생각해 봐. 네가 일곱 살을 마치고 여덟 살에 이르던 날에 얼마나 반짝였는지 곰곰이 짚어 봐. 아홉 살하고 열 살은 가없이 달라. 그리렴. 네가 아홉 살에서 열 살로 폴짝 뛰던 무렵, 네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어떻게 돋았는지 그리렴. 날개는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먼저 마음으로 느껴서 알 노릇이야. 철이 들려고 하나씩 여미고 엮다가 열어젖혀서 빗방울처럼 내리거나 바람줄기처럼 흐르려고 하는 ‘열 살’이라는 나이에, 넌 무엇을 하거나 했는지 차근차근 헤아리렴. 숨쉴 틈이 없으면 숨막히겠지. 숨을 쉬도록 네가 스스로 틈을 내거나 짬을 내지 않으면 숨가빠. 왜 바쁘겠니? 네가 바쁘게 몰아치거나 밀어대면서 하늘을 안 보고, 나무를 안 타고, 꽃내음을 안 맡고, 나비하고 안 놀고, 새소리를 안 듣고, 눈뭉치를 안 굴리잖니? 누가 시키기에 바쁠 수 없어. 스스로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니까, 둘레에서 자꾸 시킨단다. 그러니까, 열 살이란 나이는, 네가 스스로 하루를 여는 때야. 스스로 그리고 스스로 짓는 첫걸음이야. 스스로 해보며 스스로 배우는 첫발짝이야. 스스로 누리고 스스로 나누는 첫날이야. 한꺼번에 하지 마. 하나를 하렴. 하나를 하고서 새로 하나를 하렴.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마음을 열렴. 생각을 열고서 훨훨 날아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