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12.

오늘말. 휘청


조금 더 하면 될 듯싶어 견뎌요. 불거지거나 터지려 하니 누르지만, 오래 못 버틸 듯합니다. 바보짓을 참아야 할 까닭은 없되, 굳이 쳐부수어야 하지 않습니다. 싸워서 이겨야 하지 않아요. 얼간이를 쫓아내기보다 스스로 얼찬이로 일어서면서 빛날 적에 모든 일이 사르르 풀려요. 얼뜬 사람은 빛도 사랑도 꿈도 씨앗도 몰라요. 아무리 쳐내 본들 멍텅구리는 못 배웁니다. 바람이 가볍게 불어도 휘청인다면, 바람이 세게 불면 이리저리 춤추다가 확 쓰러지거나 꺾이겠지요. 바람이란, 하늘이면서 숨입니다. 우리는 바람이라는 숨을 마시고, 바람이라는 하늘을 품으면서 하루를 살아요. 하늘하고 땅 사이에 어떤 길이 있는지 바라봐요. 나랑 너는 어떻게 잇는 길인가요? 이 나라하고 저 나라 사이에는 나들길이 있나요? 난달이 없이 담벼락만 있나요? 그저 넘기고 벗어나면서 등돌리지 않나요? 사이좋게 갈마들면서 햇볕을 받아들이고 별빛을 받는 사람으로 서는가요? 고비를 딛고설 적에 고빗길을 미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고빗길을 구불구물 헤치거나 넘는 사이에 여태 몰랐던 새길을 배우고 익히거든요. 사람길이란 무찌르는 가시가 아닌 넉넉히 품는 숲이에요.


ㅅㄴㄹ


견디다·누르다·참다·버티다·이기다·일어서다·쫓다·쫓아내다·무찌르다·물리치다·부수다·때려부수다·쳐부수다·치다·쳐내다·헤치다·뚫다·기다리다·넘다·넘기다·배기다·벗다·벗어나다·디디다·딛고서다·맞받다·마주받다·마주서다·받다·받아들이다 ← 극기(克己)


골마루·나들길·난달·사람길·사잇길·샛길·이음길 ← 복도(複道)


번개꼴·갈마들다·구불구불·고불고불·꾸불꾸불·꼬불꼬불·오락가락·왔다갔다·이리저리·춤추다·널뛰다·휘청·휘청휘청·휘청거리다·휘청대다·휘청이다·휘청하다 ← 지그재그(zigzag), 갈지자(-之字/갈지자형-之字形)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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