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5.

오늘말. 사뢰다


쥐어짜서는 글이 안 나와요. 빨래도 너무 비틀면 튿어집니다. 참기름도 들기름도 깨알을 짜야 얻지만, 생각을 애써 짜내려 하면 머리에 김이 나요. 머리는 느긋이 쓸 적에 빙그르르 별처럼 돌면서 반짝반짝 빛납니다. 악을 쓰거나 용을 쓰다가는 제풀에 지쳐 쓰러집니다. 그러나 쓰러질 날이 있어요. 어떻게든 힘쓰다가 그만 너풀 자빠졌다면, 자빠진 김에 낮잠에 들어 푹 쉴 만합니다. 있는 대로 안간힘을 써야만 꿈을 이루지 않습니다. 한 발씩 다가서면 되어요. 열 발씩 건너뛰지 말고, 한 발씩 다가오는 매무새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면 됩니다. 가로지르는 빠른길은 그저 빠른길이기에, 이곳하고 저곳 사이에 어떤 마을과 들과 숲과 바다가 있는지 하나도 못 봐요. 느슨하게 걸어가는 길은 돌잇길이자 굽잇길일 테지만, 천천히 밝히고 모두 보고 듣고 품으면서 서로 도란도란 밝히고 가만히 사뢸 수 있는 살림빛을 깨닫습니다. 모르니 어른한테 여쭈어요. 몰라서 아이한테 물어요. 모르니까 스스럼없이 글을 올리고서 기다립니다. 모르기에 배우고, 배우기에 받아들이고, 받아들이면서 어느새 눈도 마음도 머리도 몸도 틔우는 바람이 됩니다.


ㅅㄴㄹ


쥐어짜다·비틀다·짜다·짜내다·머리를 돌리다·머리를 싸매다·머리를 쓰다·땀내다·땀빼다·애쓰다·악쓰다·용쓰다·기운내다·기운쓰다·힘내다·힘쓰다·힘껏·온마음·온통·온힘·있는 대로·안간힘·억지·어거지·오직·악착같이·억척스럽다 ← 풀가동(full稼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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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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