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오목눈이 2023.10.24.불.



‘잘 살아가는 길’을 생각해 보니? 너는 ‘잘’을 따질 수 있고, ‘살아가기’를 들여다볼 수 있고, ‘길’을 마음에 둘 수 있어. 셋을 고루 볼 수 있고, 셋 사이에서 헤맬 수 있지. 너는 네가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면서 마음에 담는가를 살피고 느껴서 알 노릇이야. 부전나비는 참 작아. 작은 몸에 작은 날개란다. 이 작은 나비는 애벌레일 적에 훨씬 작았을 테지. 너는 조그마한 날개로도 얼마든지 햇볕을 쬐면서 날고 쉬고 꽃꿀을 찾는 부전나비를 알아볼 수 있어. 네가 스스로 하루를 새롭게 그려서 맞이하려는 마음이라면 다 느끼고 알고 만나. 네가 바쁘다면 부전나비를 느끼거나 알 길이 있을까? 여태 어떤 잎을 갉으면서 조용조용 애벌레로 살다가 날개돋이를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지. 제비나비처럼 커도 나비이고, 팔랑나비나 모시나비나 노랑나비여도 나비란다.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는 매도 새이지만, 지지배배 무리지어 노래하는 참새도 새야. 참새보다 작은 박새도 새이고, 오목눈이도 새란다. 네가 새한테 마음을 기울인다면 까치 까마귀 비둘기뿐 아니라, 꿩 뜸부기 도요새 후투티뿐 아니라, 꾀꼬리 소쩍새 물까치뿐 아니라, 오목눈이에 동박새를 알아본단다. 그리고 먼 옛날 옛적부터 숲을 품고서 푸르게 살림을 짓던 사람들이 문득 느끼고 깨달아서 ‘나비’에 ‘새’라는 이름을 처음 지은 뜻을 알아채지. 그리고 다 다른 나비요 새인 줄 낱낱이 가리면서 또 다르게 이름을 붙여야 어울리겠다고 깨달은 길을 읽어낼 수 있어. 발가락은 왜 발가락일까? 얼굴은 왜 얼굴일까? 눈과 입은 왜 눈과 입일까? 스스로 마음을 틔우면, 스스로 마음이 환하면서 모두 알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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