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0.28.
오늘말. 밑동
기운이 나지 않으면 축 처지면 됩니다. 늘 힘이 펑펑 솟는 채로 살아가지 않아도 즐겁습니다. 다릿심을 다했으니 푹 쉽니다. 마음 같아서는 얼른 가자 싶더라도, 천천히 숨을 돌리면 되어요. 모든 일은 바로 해내거나 빨리 마쳐야 하지 않습니다. 느긋이 숨빛을 보듬으면서 밑동을 다스립니다. 힘드니까 더 느긋이 하고, 어려우니까 더 살피면서 생각을 추스릅니다. 돌봄집에 들러서 달래어도 되고, 숲에 깃들어 밑힘을 북돋아도 됩니다. 들판에 너울거리는 들풀이 어떤 밑뿌리에 밑싹인지 들여다봐요. 뿌리가 아주 깊지 않더라도 뭇풀이 서로 어깨동무합니다. 바람 따라 가볍게 춤을 추고, 햇볕을 골고루 누려요. 적잖은 이들은 술꾼에 술고래로 치닫는데, 잘 먹어서 좋을 수 있을 테지만, 그만 술냄새를 다랍게 피우면서 술벌레나 술바보로 기울기도 하더군요. 하루를 짓는 꿈이 없으니 술깨비가 될는지 몰라요. 밑터를 먼발치에서만 찾으니 헤매게 마련입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포근하게 돌보면서 마음꽃을 피워 봐요. 들에도 숲에도 마당에도 꽃이 필 자리는 넉넉해요. 바람 한 줄기를 싱그러이 맞아들이면 들숨도 날숨도 숨꽃으로 거듭나요.
ㅅㄴㄹ
기운·힘·심·뜻·마음·마음꽃·마음그림·대·다짐·숨·숨결·숨빛·숨꽃·꿈·생각·싶다 ← 의욕
돌봄터·돌봄집·돌봄칸·밭·우리·기름집·기름터·기름칸·키움집·키움터·키움칸·밑·밑동·밑거름·밑힘·밑그릇·밑동이·밑집·밑터·밑바탕·밑절미·밑꽃·밑짜임·밑틀·밑판·밑받침·밑밭·밑밥·밑자리·밑뿌리·밑싹·밑자락·밑살림·밑삶 ← 배지(培地)
말술·술꾼·술고래·술바보·술벌레·술깨비·술냄새·술내·잘 먹다·잘 마시다 ← 두주불사(斗酒不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